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상민 무소속 의원과 회동을 마치고 배웅을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새해에 (신당 창당에 대한) 새 기대를 국민께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 전 대표가 창당 시점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 측도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위기 속에 본격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이 전 대표와는 선을 그으면서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와는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이낙연 “훌륭한 분들 모아 세력화”
이 전 대표는 11일 오후 MBN 방송에서 마음속으로 생각한 신당 창당의 날짜가 있느냐는 질문에 “확정된 건 아니”라면서도 “새해 새 기대를 국민께 드리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신당론이 당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에 대해 “당이 몹시 나빠지는 것을 방치하고 동조하는 것이 더 큰 죄악”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 등이 연대 가능성을 일축한 것에 대해선 “함께 연대나 행동을 말한 적은 없다. 각자가 책임 있게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명, “사쿠라 노선” “낙석 연대” 공세
친명계 김민석 의원은 앞서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한민국에서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민주한국당 이후 안철수, 손학규로 이어졌던 일종의 정통 야당과 다른 사쿠라 노선이 성공한 적이 없다”며 “(이낙연 신당은) 수도권과 호남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한 석도 못 얻을 것”이라고 했다. ‘사쿠라’는 1960~1980년대 정권과 손잡고 일하던 야당 정치인을 ‘프락치’처럼 비하해서 쓰던 용어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 대표를 비판하는 건) 경선 불복”이라며 “(비이재명계) ‘원칙과 상식’ 4명 의원보다 이 전 대표의 신당론이 100배 더 문제”라고도 했다.역시 친명계인 장경태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가 만나는 건 ‘낙석 연대’”라며 “‘낙석 주의’”라고 꼬집었다.
‘이낙연 신당론’이 당내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설득시켜야 할 분께서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신당론이 선거구제 논의마저 어렵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공개 발언을 아끼던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통해 “지금 민주당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또 달리 보면 여당은 더 걱정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나 민주당에 대한 비판보다는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에 힘을 실은 것. 정 전 총리는 민주당 내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원래 항상 통합주의자”라고 했다. 이낙연-김부겸 등 세 총리 간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것 없다”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의원이 ‘사쿠라’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고 이 의원도 “김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이재명에게 맹종하는 것이 얼마나 볼썽사나운 모습이냐”며 “괴물이 된 모습을 거울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