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난에 외화벌이 본격화 러, 우크라 전쟁으로 건설인력 부족… 北, 비자만료 인원과 교체해 보내 나진∼블라디보스토크 선박도 급증… 北, 포탄 등 무기지원 늘려 ‘전쟁 특수’
최근 러시아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에서 파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이 최소 수백 명 증가한 정황을 우리 정부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가 급진전된 양국이 군사·무기·기술 협력에 이어 북한 노동자 파견 확대까지 본격화하고 있는 것.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노동자 파견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 현지의 건설업 분야 인력난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북제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 파견은 이제 시작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인 만큼 한미 당국은 이러한 정황을 주시하고 있다.
● “연해주 등에 北 노동자 파견 증가 시작”
1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파견 정황은 연해주 등 극동 지역에서 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최근 새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파악된 것만 최소 수백 명”이라며 “10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연해주 등은 지역 청년층이 모스크바 등 대도시로 빠져나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대거 투입되면서 건설 산업 등에서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소식통은 “(연해주 등 지역에서) 부족한 건설 인력만 최소 수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 노동자 파견은 8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북한 고려항공의 정기 운항 재개 이후 본격적으로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북한 노동자가 중국, 중동 등 지역으로 향하는 정황은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러시아의 경우 워낙 북한과 관계가 좋은 데다 현지 작업 환경도 좋다”면서 “그런 만큼 북한 당국이 신규 노동자 파견을 우선 러시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봤다. 노동자 확보가 절실한 러시아에선 최근 불법 노동자 단속 등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또 “(북한 노동자들은) 학생비자를 가장 많이 받고, 관광·기술비자 등 명목으로 체류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노동자 파견을 겨냥한 대북제재를 회피해 보려는 꼼수로 이러한 비자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내 모두 송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이를 회피하며 북한 노동자를 이후에도 계속 고용해 왔다.
● 北 나진항-블라디보스토크 선박 이동도 늘어
우리 당국은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오가는 선박들의 이동이 9월 이후 더욱 증가한 정황도 포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은 물론 휴대용 대공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무기 지원 물량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백악관도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두나이항 사이에 컨테이너를 다수 적재한 선박이 운항되고 있는 위성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