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정권교체 앞둔 야권연합 기존 계약 원점서 재검토 뜻 밝혀 現국방장관 “계약 취소 의미” 반발 국내기업, 총 20조 규모 수출 협정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우리가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폴란드 ‘미래 권력’인 야권연합이 올 10월 총선을 치른 이후 ‘현재 권력’인 기존 정부가 체결한 계약들을 무효화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 방산업체들과 맺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 계약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폴란드는 2015년에도 정권이 교체되자 기존 무기 계약을 취소하며 프랑스, 독일 등과 갈등을 빚었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야권연합의 일원인 ‘폴란드 2050’ 소속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현지 매체에 “(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 정부가 10월 15일 이후 서명한 합의는 파기될 수 있다. 총선 이후 PIS는 예산을 쓰지 않고 국가 관리에만 전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지난 정부에서 체결한 계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올 10월 15일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집권당이자 우파 성향 PIS 정부는 제1당이 됐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시민연합(KO) 주도의 야권연합은 과반을 차지해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11일 PIS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예상대로 신임 투표에서 패하면 KO 주도의 야권연합이 새 정부를 꾸리며 8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새 정부 국방장관 물망에 오른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농민당(PSL) 대표도 전날 “(PIS 정부가 총선 이후 체결한 계약들에 대해) 분석과 평가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현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것과 같은 발언”이라며 “그들은 한국 장비를 폴란드산 장비로 대체할 것이라는 대중영합적인 얘기를 하겠지만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7월과 10월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한국 방산업체로부터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을 구매하겠다는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폴란드와 17조 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맺었고, 이달 4일 한화에어로는 3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