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20] 혁신위, 활동기한 못 채우고 종료 “결국 시간끌기용에 불과했다… 黨 살려면 극약처방 필요” 비판 “구속력 없어 태생적 한계” 의견도
“혁신위원회를 인적 쇄신하라고 세웠는데, 쇄신이 안 되면 ‘시간 끌기용’이었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경북대 대학생인 국민의힘 박우진 혁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인적 쇄신이 안 되면 ‘도로 영남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혁신위원 가운데 최연소로 23세인 박 위원은 “정치에 미련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혁신위 조기 해산 후폭풍에 대해선 “당 안팎과 국민적 저항이 조금 있지 않겠느냐”며 “자연스럽게 당 지도부를 향한 용퇴론, 비상대책위 전환론이 수면 위로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 혁신위원 “도로 영남당 될 것”
10월 26일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활동 기한인 이달 24일을 채우지 못하고 이날 공식 종료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과 당 지도부를 향한 내년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 등 ‘희생’ 혁신안을 냈지만 당장 혁신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당 안팎에서 ‘빈손’ 혁신위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자 혁신위원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희생안 즉각 수용’ 등을 강하게 주장한 일부 위원들은 오히려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한 강경파 C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끝난 마당에 이런저런 이야기는 무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 해산한 혁신위 활동에 대한 아쉬움과 혁신안을 바로 수용하지 않은 당 지도부에 대한 냉소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앞으로 당내 혁신에 대해서도 아예 기대를 접은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당 혁신 하려면 극약 처방 필요”
혁신위원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출신의 D 혁신위원은 “지금 총선 승리로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을 다들 알고 있다”며 “분명한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치인 출신의 E 혁신위원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용기 있는 희생이 없다면 총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인 출신 F 혁신위원은 “당이 혁신하려면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당이 살려면 양잿물이라도 먹어야 할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의 ‘희생’ 안을 받을 것처럼 하다가 오락가락했다. 혁신위 쪽에 ‘알아서 잘할 텐데 왜 급하게 징징대느냐’는 (김 대표 측의) 기류도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역 의원인 박성중 혁신위원은 이날 혁신안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는 당내에서 내기 어려운 안을 제안하는 것이고, 행동은 당에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차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