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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혁신위 조기 퇴장… 위원들 “인적쇄신 안되면 도로 영남당”

입력 | 2023-12-12 03:00:00

[총선 D-120]
혁신위, 활동기한 못 채우고 종료
“결국 시간끌기용에 불과했다… 黨 살려면 극약처방 필요” 비판
“구속력 없어 태생적 한계” 의견도




“혁신위원회를 인적 쇄신하라고 세웠는데, 쇄신이 안 되면 ‘시간 끌기용’이었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경북대 대학생인 국민의힘 박우진 혁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인적 쇄신이 안 되면 ‘도로 영남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혁신위원 가운데 최연소로 23세인 박 위원은 “정치에 미련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혁신위 조기 해산 후폭풍에 대해선 “당 안팎과 국민적 저항이 조금 있지 않겠느냐”며 “자연스럽게 당 지도부를 향한 용퇴론, 비상대책위 전환론이 수면 위로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 혁신위원 “도로 영남당 될 것”

10월 26일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활동 기한인 이달 24일을 채우지 못하고 이날 공식 종료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과 당 지도부를 향한 내년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 등 ‘희생’ 혁신안을 냈지만 당장 혁신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당 안팎에서 ‘빈손’ 혁신위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자 혁신위원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간 끌기용’ 비판에 더해 권한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정치인 출신 A 혁신위원은 “혁신위의 안건이 구속력이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정치인인 B 혁신위원도 “혁신위는 위기 상황에서 당에 뼈를 깎는 고통을 요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데 강력한 권한이나 제재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정도였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희생안 즉각 수용’ 등을 강하게 주장한 일부 위원들은 오히려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한 강경파 C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끝난 마당에 이런저런 이야기는 무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 해산한 혁신위 활동에 대한 아쉬움과 혁신안을 바로 수용하지 않은 당 지도부에 대한 냉소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앞으로 당내 혁신에 대해서도 아예 기대를 접은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당 혁신 하려면 극약 처방 필요”

혁신위원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출신의 D 혁신위원은 “지금 총선 승리로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을 다들 알고 있다”며 “분명한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치인 출신의 E 혁신위원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용기 있는 희생이 없다면 총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인 출신 F 혁신위원은 “당이 혁신하려면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당이 살려면 양잿물이라도 먹어야 할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의 ‘희생’ 안을 받을 것처럼 하다가 오락가락했다. 혁신위 쪽에 ‘알아서 잘할 텐데 왜 급하게 징징대느냐’는 (김 대표 측의) 기류도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역 의원인 박성중 혁신위원은 이날 혁신안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는 당내에서 내기 어려운 안을 제안하는 것이고, 행동은 당에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차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혁신위원이 공식 해산일인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혁신위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 경제부시장을 지낸 정해용 혁신위원은 이날 대구 동구갑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정 위원은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당 대표를 몰아내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김 대표의 사퇴론이 아니라 당의 내년 총선 승리가 제일 중요하다”며 김 대표를 엄호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