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남면과 화정면 등지에서 발견된 마약 양귀비. (여수해경 제공) 2023.6.23
양귀비를 치료 목적으로 재배하는 노인까지 단속해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청이 구체적인 처분 지침을 마련했다. 재배 양귀비가 50주(株) 미만이면 훈방하고 50주 이상일 때만 형사입건한다는 계획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법률이 마약으로 규정하는 사실을 알고 양귀비를 재배했더라도 50주 미만이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거쳐 동종 전과 또는 즉결심판 처분 이력이 없는 경우 최대한 훈방하기로 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중 피해의 정도, 재범 여부, 피해회복 유무,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감경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경찰은 그러나 양귀비가 50주 이상이면 형사입건해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양귀비의 잎, 종자 등에 항암·진통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관상용이 아닌 마약용 양귀비를 기르는 경우가 잦다. 특히 신경통, 불면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고령층이 텃밭 등에서 양귀비를 기르다 적발되곤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양귀비 밀경사범은 2657명으로 전년 동기(1545명)에 비해 72% 늘었다. 그중 60대 이상이 2393명으로 88.5%를 차지했다.
양귀비는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로도 쓰여 허가 없이 재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단 1주를 재배하더라도 고의성이 입증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입건된다.
대검은 밀경사범을 단속할 때 양귀비 양이 50주 미만이면 불입건, 50~99주는 기소유예하며 100주 이상일 경우만 기소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양귀비 밀경사범 송치 사건 중 96.6%를 기소유예했다. 경찰은 이런 대검 기준을 인용해 이번 처분 기준을 잡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양귀비 사범을 단속할 때 훈방 또는 즉심 청구 절차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