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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속 여성상…“평면적 존재에서 입체적 인간으로”

입력 | 2023-12-12 11:16:00

BBC, 한국 드라마 열풍 속 여성 인물 변화 주목
사회 변화·미디어 영향…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




사랑에 의존하는 평면적 여성상을 그려왔던 한국 드라마가 사회 변화·미디어 영향으로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인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BBC의 분석이 등장했다.

BBC는 10일(현지 시간)는 “현재 많은 한국 드라마가 사회 변화·미디어 영향을 반영해 과거와 달리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BBC는 과거 K드라마가 그리던 여성 인물로 2009년 KBS 드라마 ‘꽃보다남자’를 언급했다. ‘꽃보다남자’는 재벌 후계자와 평범한 소녀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일본 만화 원작 드라마로 방영 당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홍은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회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90년대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재벌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얘기였다”며 옛 미디어 속 여성 인물상의 한계를 언급했다.

이어서 BBC는 변화한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K드라마의 예시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소개했다. BBC는 올해 최고 성공작 ‘더 글로리’는 한 여자의 복수극, 세간의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여성 자폐 변호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BBC는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주연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엄정화와의 인터뷰를 조명했다. ‘닥터 차정숙’은 평생 가족에게 헌신한 가정주부가 의사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모습을 그려 많은 공감과 화제를 모았다. 엄정화 또한 꿈을 이뤄가는 차정숙의 여정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엄정화는 “(예전에는) 30대가 되면 주연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부터는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했다. 정말 재능 있고 뛰어난 배우도 나이 때문에 사라졌을 것”이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이제 우리는 자신을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 인물을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에도 배우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라며 달라진 드라마 환경에 기쁨을 표했다.

또한 BBC는 한 여자가 복수를 위해 조폭 집단에 잠입하는 내용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을 예시로 들며 최근 한국 드라마의 변화를 설명했다. 여성의 역할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노출, 문신, 다양한 성 개념, 다양한 인종 등 새로운 요소를 배치하며 기존의 가족 시청자 중심 제작 환경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한국 드라마가 변화하기 시작한 배경으로 경제 발전, 여성의 지위 변화, 교육 수준 향상, 사회적 성공 욕구,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미디어 소비 증가 등을 꼽았다.

한국 드라마 최초의 여성 슈퍼 히어로물 ‘힘쎈 여자 도봉순’의 백미경 작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여성 히어로물을 제작하려는 방송사를 찾기가 어려웠음을 밝혔다. ‘도봉순’은 결국 흥행에 성공하며 시즌2까지 제작됐다.

백미경의 ‘힘쎈 여자‘ 시리즈는 여성 히어로뿐 아니라 중년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즈는 “한국 시청자들은 ‘젊은이’들의 사랑에만 관심이 있다. 하지만 그건 모순이다. 나이 든 사람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인물들이 적극적이고 강렬하며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며 “판도를 더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