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토머스 카터의 ‘코치 카터’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도시 리치먼드.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40대의 켄 카터는 모교로부터 구제불능 상태인 농구팀의 코치직을 의뢰받는다. 그는 고교 시절, 미국 최고의 득점 기록을 세우며 장학생으로 대학에 갔지만, 모교인 리치먼드 고교는 우범 지역에 위치한, 입학생 중 반도 졸업을 못 하는, 대학 진학보다는 감옥행이 훨씬 많은 최악의 학교다. 카터는 팀워크는커녕 서로 싸움질을 해대는 이 꼴등 팀에 첫날부터 가혹한 숙제를 내준다. 학점은 C+ 이상일 것. 카터는 이 아이들을 농구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시키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약과 범죄에 휘말려 죽거나 감옥에 갈 거란 걸 잘 알기에.
이정향 영화감독
좋은 부모는 자식에게 이로운 것을 주려고 한다. 눈앞의 이익과는 멀어도 자식의 미래를 위해 원성을 감수한다. 무책임한 부모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식에게 해가 되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걸 준다. 자식 입장에선 후자가 자신을 더 사랑하는 부모 같다.
카터 코치는 앞날이 창창한 학생들에게 고교 시절이 그들 인생의 최고 전성기가 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가난한 부모의 전철을 밟아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걸 막고 싶었다. 그들이 더 큰 꿈을 꾸고, 펼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어차피 대학도 못 갈 테니 지금이라도 농구로 반짝 유명해지는 게 아들에게 최선이라는 부모들. 카터와 부모 중 누가 더 이 아이들을 아끼는 걸까? 다행히 아이들은 카터의 진심을 깨닫고 학업에 열중했고, 모두 농구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좋은 리더는 좋은 부모와 같다. 좋은 리더는 무책임한 부모보다 덜 달콤하지만 진심이다. 카터는 현재, 불우한 학생들을 돕는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