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보호와 분리, 아이의 양면성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말대로 ‘바로’ 행동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아이가 내 말을 바로 잘 듣기를 바라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와 아이를 분리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는 다른 몸이고,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요즘 아빠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아졌으나 예전의 아빠들은 약간 동물적인 본능이 작용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안전이 위협받는 두려움을 느꼈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어느 집단이나 상하 위계질서가 있다. 위계질서가 잘 지켜져야 그 종이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아빠에게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은, 위계질서를 깨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아이는 앞으로 무리와 평화롭게 지내지 못할 것이며, 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우두머리 사자가 무리의 규칙을 어긴 새끼 사자에게 으르렁거리듯 아이에게 화를 냈다. 완력을 사용해서라도 아이가 말을 듣게 하려고 했다. 또한 무리와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무엇보다 규칙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아이는 도대체 왜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아이 또한 동물적인 본능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구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 본능이 있다. 자기만의 독립된 영역을 세우고 싶어 한다. 독립된 개체로 서길 바라기 때문에 과잉 통제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금만 걸을 줄 알아도, 아이가 엄마 손을 뿌리쳐 버리고 떨어져 걸으려고 하는 것도 이런 욕구의 표현이다. 이 때문에 인류가 계속 새로운 것을 개척하면서 발전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인간은 최소 20년의 양육 기간을 거쳐야 하는 개체다. 그런 인간에게는 독립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한 굉장한 두려움이 공존한다. 떨어져 걷다가도 부모가 자기 주변에 있는지 자꾸 확인하고, 떨어져 놀다가도 부모에게 뛰어와 와락 안긴다.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하는 청소년기에도 부모와 멀어지고 싶으면서도, 부모가 언제든 돌아와도 되는 베이스캠프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있다. 항상 부모가 자신을 지켜 주고 있다는 느낌을 간절히 원한다.
이때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균형이다. 아이에게 이런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두 욕구를 모두 존중해줘야 한다.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기본적으로 아이는 나와 다른 개체이며 생각이 다르고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균형 잡힌 성장을 해나갈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