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공화당의 J D 밴스 상원의원 후보(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당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승리했고 현재 재집권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스타운=AP 뉴시스
하정민 국제부 차장
밴스의 차별점은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이 고향이라는 것이다. 한때 철강회사 AK스틸의 본사가 있었지만 급속한 세계화, 자동화의 물결에 밀려 쇠락한 ‘러스트 벨트’(낙후된 산업지대)의 표본이다. 2020년 기준 인당 연간 평균 소득은 2만4184달러(약 3144만 원). 5만 명 주민의 22.5%가 빈곤층이고 학사 학위 소지자의 비율은 15.6%다.
힐빌리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미 동부 애팔래치아산맥 일대의 저소득 저학력 백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들 스스로 날 때부터 출구가 안 보이는데 백인이란 이유로 다른 소수인종에 비해 혜택도 누리지 못한 채 역차별만 받는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그의 책이 나온 2016년 미 대선에서 힐빌리는 자신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듯한 아웃사이더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다. 특히 저임금을 좇아 해외로 간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구호에 매료됐고 트럼프를 백악관 주인으로 만들었다. 밴스에게는 “아무도 트럼프의 당선조차 예측하지 못할 때 어떤 석학보다 그 이유와 맥락을 잘 분석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정계 입문의 길 또한 열렸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39세 상원의원이란 밴스의 오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그의 시선은 ‘미 2인자’를 향한다. 최근 미 언론은 독보적인 지지율 1위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무의미하게 만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부통령 후보를 고를지 주목하고 있다. 밴스의 이름은 어떤 매체의 부통령 후보군 기사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7일 밴스를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보수 논객 터커 칼슨 등의 경쟁자보다 가장 먼저 거론했다. 밴스가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집권 2기에 요직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밴스는 지난해 11월 상원의원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로 초반 열세를 뒤집었다. 은혜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최근 재집권 시 정치 보복 논란을 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러 문제적 발언을 “진의가 왜곡됐다”며 두둔하고 있다. “트럼프가 또 훌륭하고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낯 간지러운 칭송까지 곁들였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