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병역 성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 징병제’ 카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입대 대상이 되는 젊은 남성이 부족해지고 군 상비병력 또한 매년 1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현실도 여성 징병제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여성 징병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 여론이 모아지지 않은 데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여성 징병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입대 개념을 징병이 아닌 직업 선택의 자유로 확장하고 군 처우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2030년엔 ‘2차 병역자원 절벽’ 예고…“여성도 징집 대상 돼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2023 국제군인체육연맹(CISM) 고공강하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우리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여군 대표팀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2023.7.31/뉴스1
2030년 이후 군 상비 병력 규모가 50만명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 수치 규정을 삭제하는 국방개혁과 관련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예고되기도 했다. 기존 ‘50만명 수준 목표’에서 ‘가용자원을 고려해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로 목표 수준이 하향되는 것이다.
여군 확대 및 모병제 전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10여 년 뒤 예고된 ‘2차 병역자원 절벽’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여성 징병제, 인식 개선이 먼저…의무 부과가 아닌 권리 신장 논의로 확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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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인구 감소 시점에 여성을 징병한다는 것은 사회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국방부는 “여성 징병제, 군 복무기간 확대 등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 징병제 이슈가 젠더갈등으로 주로 소비되는 점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여성 징병제가 도입되면 결과적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의무를 여성에게 부과하게 된다. 지금처럼 세대별, 연령대별 입장이 뚜렷이 나뉘는 상황에선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찬성 여론도 높지 않다.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1명(54.9%)은 여성 징병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전체의 36.3%로 집계됐다.
전 연령대에서 반대 응답이 고르게 높았으며 여성(53.4%)보다 남성(56.3%)의 반대 의견이 조금 더 우세했다. 다만 다만 70세 이상(찬성 41.1% vs 반대 48.1%)과 18~29세(42.2% vs 48.5%)의 경우 찬반 비율이 비슷했다.
대학생 김모씨(23)는 “군사 수 부족 때문에 여성 징병제 논의가 나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군대에서 당직을 설 때 여성 군인의 경우 안전 문제를 이유로 남자 군인을 한 명 더 세우는 등 애로사항이 있었다. 무턱대고 도입하면 현장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이번 여성 징병제 논의를 계기로 군 복무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복무를 입대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무로 확장한다면 여성을 국가 안보에 참여시킬 방안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고순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낮은 수준으로는 여성들의 안보 및 국방 참여와 의식을 제고하는 것부터 군 복무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를 위한 다양한 의무 활동을 포괄하는 국가 봉사제 개념 등 더욱 적극적인 병역의무 이행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대 개념을 강제 징병뿐만 아니라 직업 선택의 자유로 확장해 군대 문화 및 처우 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려면 내부 시설 등 물질적 인프라뿐 아니라 군대 문화 내부의 성 인지 감수성 등을 개선할 방안이 우선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선 군 복무가 특정 성별에 부과된 의무보다는 적성에 맞는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영역으로 자리 잡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