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폐렴 주의보 입원환자 한달 만에 40% 증가… 대부분 1∼12세 소아청소년 항균제 잘 안들고 백신 없어… 발열-콧물 등 감기와 증상 비슷 심한 경우 뇌염으로 진행되기도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폐렴으로 입원해 치료 중인 환아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폐렴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는 지난달 첫째 주 174명에서 이달 첫째 주 249명으로, 약 1.4배로 증가했다. 특히 1∼12세 소아에서의 발생 비율은 같은 기간 74.7%에서 78.3%로 늘어났다. 마이코플라스마는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잘 일으키는 균이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폐렴 환자 발생 증가는 결과적으로 건강한 소아청소년의 폐렴 발생 기회가 함께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위중한 호흡기 감염의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폐렴, 겨울철 집중적으로 발생
호흡기 감염의 연간 추세를 보면 병원체 종류마다 특정한 계절에 환자가 많아지는 ‘계절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바이러스는 계절성이 뚜렷하지 않아 연중 비슷한 규모로 발생하나, 인플루엔자와 같이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들이 있다. 이 같은 바이러스 감염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겨울철에 흔한 다른 병원체에 중복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일상 속 위생이 개선되고 폐렴구균 등 백신접종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각종 바이러스 폐렴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의 비전형적 세균에 의한 폐렴이 주를 이룬다. 바이러스 폐렴으로 시작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소아청소년 폐렴은 성인 폐렴보다 많이 발생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매우 건강하게 회복되는 특징이 있다.
●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 급증… 예방이 중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약 20년 전까지 교과서적으로 비전형 폐렴이라 불렸다. 폐 외 증상까지 포함해 일관되지 않은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고, 진찰 소견과 환자 상태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코플라스마는 세균이지만 일반적인 박테리아와 구조가 다르다. 크기도 작아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항균제를 사용할 수 없다. 일부 약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18세 미만에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약이 많다. 이 경우 전문의가 판단해서 부작용보다 효과가 상회한다고 보이는 경우엔 사용할 수도 있다. 마이코플라스마균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은 점도 발생을 줄이기 어려운 요인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학교 등 집단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소아청소년들에게는 폐렴 예방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 예절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또 손 씻기를 생활화해 손 위생을 지키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과 코, 입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실내 환기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마이코플라스마에 감염되었을 때 아이가 의식이 너무 처지거나 식이가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컨디션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엔 드물지만 뇌염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상급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 자원이 한계에 다다른 점은 우려스럽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 위중증 폐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라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 폐렴 입원이 가능한 일부 병원으로 소아청소년 폐렴 환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