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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카오, 정신아 대표로 교체… 네-카 CEO 모두 40대 여성

입력 | 2023-12-14 03:00:00

김범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
발언 이틀 만에 인적쇄신 작업 착수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이끈 워킹맘
과제 산적… 내년 3월 주총 거쳐야




카카오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48·사진)를 차기 대표 후보자로 결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의 경영진 주식 시세 조종 의혹 등 최대 위기상황을 리더십 교체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로써 내년부터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네카오’(네이버, 카카오)를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이끌게 됐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정 대표를 차기 카카오 대표 후보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카카오의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2010년 설립된 카카오가 여성 CEO를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한성숙 전 대표(56·2017∼2022년)가 첫 여성 CEO였고, 지난해 3월부터 또다시 여성인 최수연 대표(42)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11일 사내 임직원 간담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발언 이틀 만에 CEO 교체를 공식화한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남은 3개월의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정 후보자 내정을 계기로 카카오의 고위 임원과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인적 쇄신 작업도 이어질 예정이다.

정 후보자는 카카오의 벤처 투자 계열사이자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에 2014년 처음 합류했다. 케이큐브벤처스 투자 펀드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업비트)와 당근,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 왓챠 등 다수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했다.

IT 업계에선 정 후보자가 평소 윤리적인 가치와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 CEO와 다른 방식으로 쇄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투자를 받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 경영진이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사고가 나기도 했다는데 정 후보자는 ‘엄마 리더십’으로 회사를 아우를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1남 1녀 쌍둥이를 두고 있으며, 주말엔 가족들과 봉사활동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에스엠 주식 시세 조종 의혹 등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한편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의 폭로로 알려진 카카오의 방만 경영과 부실한 의사 결정 구조를 쇄신할 책임이 있다. 당장 정 후보자는 정식 선임 전까지 카카오 내 ‘쇄신 태스크포스(TF)’ 혁신안을 주도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실적 반등도 정 후보자의 주요 과제다. 네이버가 한국어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올 8월 공개한 것과 달리 카카오의 생성형 AI 서비스 발표 시점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카카오의 올 1∼9월 누적 영업이익은 32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 내부 공지글을 통해 “정 후보자는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며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