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끝나고 해방감에 들떠 있을 때 전문가들은 곧 정신건강의 위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재난이 닥치면 막아내느라 정신없어서, 다 같이 힘들다는 생각으로 버티다 막상 이겨내고 나면 피해를 수습할 일이 암담해서, 나만 뒤처져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해진다는 경고였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코로나로 자립의 기회를 놓친 청년들이 취약집단으로 지목됐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1000만 명 중 은둔형 외톨이, 즉 사회와 단절된 채 방에 갇혀 지내는 고립·은둔 청년이 54만 명으로 5%나 된다. 2019년엔 3%였다. 팬데믹이 고립을 악화시킨 것이다. 대학 진학과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은 사람 마주치기 두려워 집 밖을 나가지 않게 되고, 그 상태에 편안함을 느끼다, 갈수록 고통스러우나 제 의지로는 빠져나오기 힘든 지경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의 절반이 일상 복귀를 시도하다 고립 상태로 되돌아갔다.
▷은둔형 외톨이는 다차원 빈곤을 겪는다. 직업이 없고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제적 빈곤, 활력과 자존감이 바닥인 심리적 빈곤, 너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의지의 빈곤, 가족도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관계의 빈곤이다. 대부분 시간을 스마트폰 들여다보며 지내는데 소셜미디어 속 남의 화려한 일상을 보며 좌절감을 키운다. 깊은 고립감을 경험한 사람은 자살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조사에선 4명 중 3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일반 청년의 33배다.
▷은둔형 외톨이는 어느 연령대에나 있다. 75세 이상은 10명 중 1명이다. 그럼에도 청년층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립된 장년, 고립된 중년, 고립된 노년으로 살아갈 위험이 높아서다.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일본은 80, 90대 부모가 50, 6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하는 ‘8050문제’ ‘9060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처음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내년엔 134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바라듯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뛰는 반주형(伴走型)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