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개월 만의 하차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은 김 대표 사퇴로 이른바 ‘김-장 연대’는 사라졌다. 내부 총질 등을 이유로 전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너뜨린 뒤 윤심(尹心)의 지원을 받아 당권을 거머쥔 김 대표의 사퇴로 용산 대통령실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김 대표 사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권 레이스 초반 3%의 지지율에 머물렀지만 당정 일체를 내세워 당선된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이념 편향과 야당 경시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당정관계를 더 종속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이는 당 지지율 정체로 이어졌고,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를 불렀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친윤·영남 중진 희생 문제 등을 놓고 혁신위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퇴 압박을 더 키웠다.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은 곧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지, 공천 등 총선 준비를 어떻게 꾸릴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집권 1년 7개월 만에 대표 2명이 중도 하차하게 된 상황의 근본 책임은 용산 대통령실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 체제를 세운 것도, 수직적 당정관계를 만든 것도, 국정 지지율이 30% 초반대에 머무르는 것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 탓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장관이나 수석 출신들이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 등 양지에 둥지를 틀려고 ‘지역구 쇼핑’ 경쟁에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 당에는 희생과 혁신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꽃길’을 가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용산이 어떻게 바뀌는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이젠 용산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