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버스, 값싼 배터리 이용 韓시장 점유율, 올해 50% 육박 중국發 공급망 혼란 선제대응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2차전지)에 정부가 재활용 비용 및 폐기물 부담금 등 새로운 환경 규제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LFP 배터리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를 겨냥한 ‘핀셋 규제’인 셈이다. 2차전지는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첨단 장비의 핵심 부품으로 미국, 유럽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며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중국발 ‘요소수 대란’을 경험한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배터리 안보 대응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환경부가 내년부터 LFP 배터리에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도(EPR)’ 또는 폐기물 부담금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PR은 제품의 제조·수입업자에게 그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재활용 비용 이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비용 일부를 부과하는 ‘폐기물 부담금’을 적용할 수도 있다. 사실상 중국 (전기차) 규제 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CATL, BYD(비야디) 등 제조사는 값싼 LFP 배터리를 앞세워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값싼 LFP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전기버스가 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21.9%에서 올해 46.1%(11월 기준)로 늘었다. 한국은 LFP 배터리가 아닌 ‘삼원계(NCM) 배터리’ 강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원료 해외유출 차단… 2차전지, 5년간 38조 지원
[배터리 공급망 안보 강화]
배터리, 제조부터 재활용까지… 단계별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전기차 의무 운행 8년으로 늘려… 보조금 받은 중고차 수출도 제한
재활용률 높여 中의존 낮추기로
배터리, 제조부터 재활용까지… 단계별 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전기차 의무 운행 8년으로 늘려… 보조금 받은 중고차 수출도 제한
재활용률 높여 中의존 낮추기로
● 배터리 해외 유출 최소화
우선 환경부는 우리나라에서 보조금을 받아 구매한 전기차의 의무 운행 기간을 연장한다. 현재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는 국내에서 2년 또는 5년 이상 운행해야 중고차로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 2022년 6월 이전 보조금을 신청한 차량은 2년, 이후는 5년으로 적용 중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 기간을 8년으로 확대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원금 일부를 회수한다. 중고 전기차가 팔리면서 배터리 속 핵심 광물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최대한 국내에서 활용되도록 하려는 취지다.
또 배터리 ‘전 주기’에 대한 이력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정보 시스템을 2027년까지 구축한다. 배터리 제조(산업·국토부)를 거쳐 재활용(환경부)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배터리 제조일자, 예상 수명, 재생원료의 사용 비율, 배터리 정비·리콜 이력, 사용 후 배터리 판매 결과, 회수된 광물 종류와 중량 등을 망라한 정보 표시 의무화도 함께 추진한다.
배터리에 기업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 등이 포함됐을 경우를 감안해 정보별로 배터리 등급을 분류하고 정보 공개 범위도 설정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력 정보를 기반으로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민간 배터리 거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재활용률 높여 핵심 광물 해외 의존도 낮춰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이날 내놨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블랙파우더 등 중간 가공품을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폐배터리 일부의 기능을 복원해 전기차용으로 활용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쓰는 식이다. 혹은 배터리를 분해해 리튬, 니켈 등의 금속을 회수할 수도 있다. 모든 폐배터리가 재활용되면 연간 전기차 17만 대 분량의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또 이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재활용 용도로 쓰이는 폐배터리의 보관이나 처리 가능 기간을 현재 3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활용 업체가 보다 안정적으로 원재료 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다. 폐배터리의 순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회수 가능한 금속의 가치 등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이달 안에 마련된다.
재활용을 통해 추출된 핵심 광물이나 신품 배터리에 사용된 재생원료 인증제도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배터리의 재사용, 재활용과 재생원료 사용 등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자 경제·안보 관점에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도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