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꼭 필요한 제도” 제출 안하면 각하… 재판 지연 방지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민사소송에서도 항소이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이유서를 통해 항소 사유를 미리 밝히도록 할 경우 항소심 재판을 2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11. 뉴스1
현행법상 형사소송은 선고 이후 7일 내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항소법원으로부터 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민사소송은 판결문 송달 이후 2주 안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항소이유서 제출도 의무가 아니다.
조희대 ‘신속한 재판’, 민사 항소심부터… 무분별한 항소 줄인다
민사소송도 항소이유서 의무화
법원행정처는 조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항소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또는 40일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의무적으로 각하하는 제도를 만들어 재판 진행을 신속하게 만드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민사소송에서 항소이유서를 의무화하면 불필요한 기일 공전을 방지할 수 있고, 무분별한 항소 제기도 줄어들 것”이라며 “항소심 진행을 평균 2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재판을 열기 전부터 양측 주장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어 재판 진행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형사소송법에는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민사소송법은 관련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1심 판결에 대해 실질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더라도 판결이 확정되는 걸 막고 보자는 취지에서 일단 항소부터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민사소송의 경우 항소 기록을 접수한 뒤 첫 준비서면을 제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에는 평균 94.8일 걸렸지만, 2021년에는 평균 136.6일 걸리며 소요시간이 50% 가까이 늘었다. 서류가 접수된 뒤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2017년 평균 133.5일에서 2021년 평균 189.6일로 늘었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하더라도 6개월이 지나서야 첫 재판이 열렸다는 얘기다.
해외에선 민사소송에도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기한 내 제출하도록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독일은 2개월 이내, 일본은 50일 이내에 내야 한다.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면 재판부가 미리 쟁점을 정리할 수 있어 재판지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국회에 민사소송 항소이유서 의무 제출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