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도 계급 정년 상향 조정, 자위대 여성 비율 증가 등 병력 모집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모병제인 일본은 수년째 자위대 모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의료 인력이 취사병 역할까지 하는 등 병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 시간) “일본은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의 인구 현실은 냉혹하다”며 병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자위대 정수는 24만 7154명이지만 실제 배치 인원은 23만 3341명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26세였던 입대 상한 연령을 32세로 늘렸다. 올해 10월에는 16개 계급 중 6개 계급 정년을 한 살씩 상향 조정했다. 5개 계급은 내년 10월부터 올릴 계획이다. 내년부터 해상자위대 승선 수당도 약 30% 인상할 방침이다. 중국의 해상 군사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취역한 ‘노시로’함은 이전 모델의 3분의 2 병력만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기도 했다. NYT는 “이전에 7, 8명이 담당했던 작업을 이제는 3, 4명이 한다”며 “의료 지원 인력은 취사와 설거지까지 맡는다”고 했다.
자위대 여성 비율을 늘리자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합참의장 격)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만은 충분치 않다”며 “현재 8%에 불과한 여성 비율을 2030년까지 12%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NYT는 “군대 내 성 문제 등으로 여성 입대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후쿠시마 지방법원은 자위대 제대 여군이 제기한 성폭행 혐의 소송에서 3명의 제대 남성 군인들에게 각 징역 2년의 집행유예 4년 형을 선고했다. 앞서 2020년 4월 입대한 고노이 리나는 2년 2개월 간 성폭행에 시달렸고 군 당국에 신고했지만 묵살 당한 채 제대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