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비명·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영찬,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 2023.12.14/뉴스1
“이재명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달라.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자.”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재선), 윤영찬(초선), 이원욱(3선), 조응천(재선) 의원 4명이 14일 이 대표의 퇴진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 요구했다. 전날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체제 전환 초읽기에 들어가자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 체제를 대신할 통합 비대위를 띄우자는 최후통첩이 나온 것.
이 대표는 이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변화하되 단합과 단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사퇴 요구엔 선을 그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선 전 추가 탈당 등 분열을 막기 위해 이 대표와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화해를 시도할 이란 전망도 나온다.
● 원칙과 상식 “이달 안 결단하라” 최후통첩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4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당후사의 길, 민주적 통합의 길, 통합 비대위로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도부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당 대표와 지도부, 586 중진들이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당대표의 선당후사 결단에 친명, 비명 모두 합류할 것”이라며 “우리 네 명 모두 공천이나 당선 욕심을 내려놨다.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에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원칙과 상식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총선 때 우리의 거취도 그들에게 일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이들은 선거제와 관련해서도 “다당제 민주주의를 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민주당과 이 대표가 수없이 약속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말 총선에 승리하려면 선거법 약속을 어겨서 10석 더 얻는 구차한 길 말고, 통합 비대위로 수십석 더 얻는 당당한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에 바라는 응답 시한을 “12월까지”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출마부터 신당까지 아주 다양한 선택지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 이재명 “변화하되 단결 유지해야”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과 상식 등 당 안팎의 쇄신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와의 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입법 권력까지 윤석열 정권이 차지하게 될 경우 폭주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 해서든 다음 총선에서 국민 기대에 맞춰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혁신도 중요하고 통합도 중요하다. 두 가지 조화가 중요한데, 변화하되 단합과 단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변화보다 단합과 단결에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당 대표 퇴진 및 비대위 전환 요구를 거절한 것이란 해석이다.친명 지도부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탈당~신당 합류 빌드업(밑 작업)이 아니라면 자중하라”고 썼다. 당 핵심 관계자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앞서고 있지 않느냐”며 “이 대표 사퇴 요구는 명분 없는 억지일 뿐”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 “총선을 앞두고 ‘최악의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양측 간 극적 ‘화해 제스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와 조만간 만날 김, 정 전 총리를 비롯해 당 중진들은 당의 분열을 무엇보다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낙연 신당’을 견제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도 당내 반발을 마냥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원칙과 상식 등 다양한 당내 비주류와 소통하되, 선을 넘은 이낙연 신당론에는 명확히 선을 긋자”고 했다.
원칙과 상식의 한 관계자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이 대표에게 먼저 직접 만나자고 요청을 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