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 PF사업장 120곳으로 늘어
李 “美연준 긴축종료 시사했지만… 경기회복 속도 느려질 가능성 대비
자기책임 원칙 통해 부실누적 예방”
추경호 “PF 등 취약 요인 관리 만전”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건설업 등 취약 업종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PF 현장에 대한 경·공매 건수가 늘어나는 등 금융권에서도 부실 PF에 대한 정리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 이복현 “한계기업에 자기 책임 원칙 적용”
이 원장은 14일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의 부실화가 거시경제 위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상기업에 자금 공급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다만 한계기업의 경우 자기 책임 원칙에 기반한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 부실의 누적을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주에도 부실 건설·금융사와 관련해 시장 원칙에 따른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로 하되 재무적으로 지속성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사업장은 정리, 청산을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해 ‘질서 있는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4월 말 가동한 대주단 협약을 통해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경색된 사업장의 정상화를 유도해 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에 대해선 금융권의 자체 정리, 재구조화를 추진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경·공매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사업장은 120개로 석 달(100개) 전 대비 20% 늘어났다. 지난해 말(70개)에 비해선 약 1.7배 많은 수준이다. 부동산 PF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시행사가 대주단 협약을 신청했는데도, 자율협의회 차원에서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구조조정을 진행한 사업장도 28개나 됐다.
이 원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종료를 시사했지만 금리 인하 시점, 향후 경기에 대해선 전망이 제각각이다”라며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에 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 상호금융권 PF 연체율 급등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 유관 기관 네 곳(기재부·금융위·금감원·한국은행)의 수장들이 참석하는 이른바 ‘F4(Finance 4)’ 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PF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PF 등 일부 취약 요인도 잠재해 있다”며 “연말연시 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42%로 석 달 전 대비 약 0.25%포인트 상승했다.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이 1.12%에서 4.18%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저축은행(0.95%포인트)과 카드·캐피털(0.55%포인트), 보험(0.38%포인트) 등의 연체율도 일제히 높아졌다. 특히 보험업권 연체율은 1.11%까지 상승하며 처음으로 1%를 넘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날 국내 생명·손해보험사의 감사 담당들을 소집해 고위험 자산과 관련된 위험 관리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올해는 대주단 협약 등 금융당국의 지원에 힘입어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지만 유의미한 위험 감축이 이뤄지진 않았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을 위한 단기 대출)을 수년에 걸쳐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