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여느 때보다 활발했던 엘니뇨를 올겨울 한반도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구 온난화와 겨울철 이상 기상의 연관성 또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널뛰는 날씨 원인은 강력해진 ‘엘니뇨’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높아지는 현상이다. 중위도 지역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적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팽창하게 된다. 한국은 엘니뇨가 온도를 높이는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다.● 지구 온난화 탓으로 속단하기엔 일러
올겨울 이례적인 한반도 고온과 앞으로 찾아올 극한 한파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지구 온난화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지표면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엘니뇨 현상 등 기상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학계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폭우나 폭설 등 단기적인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추정될 수 있다. 바닷물은 따뜻해지면 수증기 형태로 증발하는 양이 많아진다. 해수면 온도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바닷물이 증발해 대기 중에 쌓이는 수증기 양이 많아진다. 이 수증기가 눈과 비로 바뀌면서 폭우나 폭설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북극대륙의 얼음도 이상 기상의 원인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대기 상층의 빠른 바람인 ‘제트 기류’는 기본적으로 동에서 서로 진행하는 형태이지만 북극 지역의 얼음이 녹게 되면 제트 기류가 동서남북으로 움직이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이상기후 현상의 중요한 요인인 ‘블로킹’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로킹은 기류가 한곳에 오래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길게 움직이면 북쪽의 찬 기운도 함께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고 블로킹되면서 한파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지구 온난화가 겨울철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김 교수는 “여름철 이상 기상과 지구 온난화의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겨울철 이상 기상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최근에야 연구 자료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