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E-GMP’.
김도형 기자
추가로 에어백 추진제처럼 폭발성 있는 물질까지 제거하고 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차체를 거대한 기계로 눌러서 찌그러뜨리는 장면이 펼쳐진다. 압축된 차체는 파쇄 기계에서 작게 쪼개진 다음 철과 비철금속으로 나뉘어 재활용된다.
차에서 나온 고철은 전기로를 거쳐 철근 등의 철강재로 만들어지는데 다시 차량 부품으로 쓰이는 경우도 흔하다. 차는 최대 80∼90%대의 재활용률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쓸모를 다한 차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드물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전기차는 ‘배터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과제를 안겼다. 흑연과 리튬, 니켈 등을 소재로 만든 음·양극재로 구성된 배터리는 복잡한 화학제품이다. 차에서 떼어내면 딱히 쓸데가 없는데, 분해나 재활용이 힘드니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사용 후 배터리의 성능을 복원해 전기차에 다시 쓰는 ‘재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용도를 바꾸는 ‘재사용’, 리튬 등의 주요 소재를 회수하는 ‘재활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공급망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폐배터리를 ‘도시광산’으로 활용해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중고 배터리로 전기차 가격도 떨어뜨리겠다는 그림이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누적 39만 대. 전기차도 순차적으로 수명을 다하면서 앞으로 배출될 폐배터리는 2025년 8000여 개에서 2029년 8만 개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8만 개의 폐배터리는 무게로는 2만 t, 회수 자원 가치로는 2000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되니 재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