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이날 연준 발표에서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2022년 3월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뺀 것이다. 이젠 언제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갈지 논의가 시작될 시점이라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4.6%로 예상했다. 이는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로,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9월 연준은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5.1%로 대폭 올렸고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됐다. 하지만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내려가자 석 달 만에 방향을 전환했다.
세계 경제가 장기간 고금리로 후유증을 겪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를 앞두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져 있는 한국으로서도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기도, 그렇다고 내리기도 어려웠던 통화 당국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금리 정책이 전환된다고 해서 섣불리 금리 인하나 통화 정책 변경을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지나친 금리 인하 기대감을 불식시키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때다.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일관되고 신중한 통화 정책을 펼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