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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민주유공자법’ 단독처리… 與 “운동권 셀프 유공자법”

입력 | 2023-12-15 03:00:00

안건조정위도 5시간만에 통과
경찰사망 동의대 사건 등 포함 논란
野 “보훈부 통과자만 유공자 대우”
보훈부 “국민들 눈엔 오만함의 극치”



野 강행처리에 與 전원 퇴장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 강행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회의장에서 나갔다. 사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전체회의가 진행되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의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7월 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21대 국회 막바지에 속도전에 나선 것.

국민의힘은 “86운동권의 셀프 유공자법”이라고 반대하며 해당 법안을 이날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일방적 통과를 막기 위한 제도로, 안건조정위로 넘어간 법안은 상임위에서 최장 90일을 심사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교섭단체 몫의 진보당과 손잡고 법안이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지 불과 5시간 만에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86운동권과 노조 세력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라며 “거야(巨野)가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안건조정위 제도를 무력화했다”고 반발했다.



● 與 “운동권 특혜 상속법” 野 “사회적 공감대 형성”


민주당 소속인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을 직권 상정했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의료·양로 혜택과 요양 지원 일부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미 관련법에 따라 유공자로 예우받고 있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참여자 외에 박종철 이한열 열사 등 6월 민주항쟁 등에서 사망·부상·유죄 판결 등 피해를 본 이들이 대상이다.

정부여당은 경찰 7명이 사망한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을 비롯해 북한과 실제로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는 1979년 지하투쟁조직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등 논란의 사건 당사자들도 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반정부시위, 불법 파업, 무단 점거 농성,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 등의 행위를 하던 사람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공자로 인정하는 법”이라며 “(해당 법안은) 모호하고 불명확한 용어로 민주유공자를 규정하고 있고 적용 대상자 911명의 공적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법안은 그분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하는 법안이 아니”라며 “사회적 공감대가 분명한 사람들 중에서 보훈부가 심사한 사람들만, 통과한 사람들만 유공자 (대우)를 주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낸 대안은 적용 대상자 조건으로 ‘민주주의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을 명시했다. 또 특정인의 민주유공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 與 “다수당 횡포” 野 “소수가 하자는 대로 못 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시도하자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한 뒤 해당 법안을 즉각 안건조정위에 회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안건조정위가 구성된 지 1시간 만에 비교섭단체 몫으로 들어온 진보당 강성희 의원과 손잡고 안건조정위 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했다. 국회선진화법 일환으로 도입된 안건조정위는 총 6명으로 구성되는데, 다수당에서 3명, 나머지 정당에서 3명을 선임하며, 4명 이상 찬성 시 통과된다. 수에서 밀린 국민의힘은 안조위 회의에 불참했고, 곧이어 오후 5시 열린 전체회의에도 불참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의결된 데 대해 “국민들 눈엔 오만함의 극치로 반드시 사필귀정의 날이 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민주유공자법’이 너무나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은 환호의 박수를 칠지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일단 법사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21대 국회 안에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