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부산에 기부 행렬 기초생활수급자 김재민씨, 직접 짠 목도리 40개 기부 4년 동안 모은 동전-쌀 포대 등 지역 곳곳에서 기부품 쏟아져
김재민 씨(오른쪽)가 최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직접 제작한 목도리 40개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김재민 씨(47)는 13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최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이렇게 밝힌 뒤 직접 짠 목도리 40개를 건네고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매월 정부로부터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오랫동안 건설현장에서 번 돈으로 생활해왔지만 2019년경 판정받은 당뇨병이 나날이 악화했고, 2021년경부터 신장투석을 받게 돼 무리하게 몸을 쓰는 일을 더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며 목도리를 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 씨는 2021년경부터 목도리를 짜기 시작했는데, 지난 연말에도 목도리 40개를 경기 수원과 강원 원주의 보육원에 보냈다고 한다. 만덕2동 관계자는 “김 씨가 목도리를 낱개로 예쁘게 포장해 센터로 가져왔다. 자신도 넉넉지 않게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따뜻한 정을 베풀려는 모습에 직원 모두가 감동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려는 독지가의 발걸음이 부산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신도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콩 한 쪽이라도 함께 나누려는 ‘작은 기부 천사’들이 대부분이었다.
6일 한 70대 남성이 부산 사상구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28만7750원 상당의 동전을 놓고 갔다. 부산 사상구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영도구 봉래2동 행정복지센터는 2015년부터 매월 5일 전후 청사 현관에 10kg짜리 쌀 6포를 두고 떠난 익명의 기부자 신원을 최근 파악했다고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일해 온 전영철 씨(64)는 2015년경 금연을 결심하고 담뱃값을 아낀 돈으로 매월 쌀을 구매해 행정복지센터에 놔두고 갔다고 한다. 전 씨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9년 동안 놓고 간 쌀은 총 469포다. 봉래2동 관계자는 “6일 열린 동민 송년 화합의 밤에 감사패를 드리고 싶어 거듭 성함을 묻자 마지못해 전 씨가 자신의 이름과 그동안의 선행 취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