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전복시켜 어디에도 없는 혁신적 가전 발명 다이슨이 직접 쓴 ‘다이슨’의 탄생 ◇제임스 다이슨/제임스 다이슨 지음·김마림 옮김/568쪽·3만 원·사람의집
다이슨의 생활 가전 기기들은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기존 제품들의 패러다임을 뒤집는다. 201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출시 행사에서 저자 제임스 다이슨은 직접 시연을 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길렀다. 사람의집 제공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위해 5126개의 실패작이 나왔다. 그것들은 실패가 아니라 5127번째 시제품이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의 발견과 개선 과정이었다.”
이 책을 접하고 ‘사람 이름이었어?’ 혹은 ‘살아있어?’라는 반응을 보일 이에게도 다이슨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올해 76세인 저자는 최근 부쩍 우리 일상에 가깝게 다가온 글로벌 기술기업의 창업자다.
책의 원제는 ‘Invention: A Life(발명: 인생)’이다. 오늘날의 기기 대부분은 발명가의 영감 대신 여러 새 기술과 개인들의 협업이 만들어낸다. 그러나 다이슨의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은 기존에 있는 기기들을 개인의 영감과 혁신적인 신기술로 재창조한 산물이다. 그 배경에는 실생활에서 직접 불편사항을 알아내고 이를 뒤집는 도전정신, ‘바꾸려면 기존 모델을 쓸모없게 만드는 새 모델을 구축하라’는 혁신의 정신, 고난 속에서도 나아가는 끈기가 있었다.
태어나 처음 자신의 소질을 발견한 분야가 장거리 달리기였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기약 없는 재기의 노력을 달린 끝에 그는 다시 일어났다. 좌절을 맛보게 했던 볼배로 개발은 행운도 안겨주었다. 수레 손잡이를 코팅하는 진공 시스템을 개선하려다 원심력으로 먼지를 분리하는 사이클론 분리(Cyclone Separation)의 원리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유체역학의 노하우는 다이슨의 진공청소기와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에 응용되며 ‘바람의 다이슨’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닥친 뒤 저자가 다이슨 사내에서 향후 6개년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집 제공
다이슨은 2019년부터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을 시작해 2021년 마쳤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영국의 ‘전통적인 계급 강조’와 ‘제조업에 대한 존중 부족’에 대한 실망도 책에서는 읽힌다. 대신 고국 영국의 맘즈버리에는 ‘다이슨 기술 공학 대학’을 설립했다. 회사와 대학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경험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고 발명하려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며, 그 영역에서는 경험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실패에 거리낌이 없어야 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