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아이들의 비극적 최후… 日서 벌어진 3가지 사건 기록 악마로 묘사된 부모의 유년기… 폭력-학대 일상적으로 벌어져 위험 징후 보고도 방치한 이웃… 개인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봐야 ◇스위트 홈/이시이 고타 지음·양지연 옮김/344쪽·1만9000원·후마니타스
엄마가 집을 떠난 뒤 남겨진 4명의 아이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년).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로 책 ‘스위트홈’을 쓴 저자는 자녀를 학대한 부모를 추적하며 학대와 방임의 악순환 구조를 들여다본다. 그는 “범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몬스터였던 게 아니다”라고 했다. 디스테이션 제공
아무도 몰랐다. 2007년 1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쓰기(厚木)시의 한 연립주택에서 여섯 살 사이토 리쿠 군이 굶어 죽은 줄…. 친부 사이토 유키히로(당시 29세)는 3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아이가 머무는 방을 접착 테이프로 밀봉하곤 했다. “일을 나간 사이 아이가 홀로 집 밖으로 나설까 우려해서”였다. 달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동시에 수십 년째 조현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아이가 방치되는 나날이 이어졌다. 2004년 10월부터 전기와 수도, 가스 요금이 미납됐고, 집 안에 오물과 쓰레기가 쌓였다. 그러나 주변 누구도 그 집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리쿠의 죽음이 드러난 건 7년이 흐른 2014년 5월. 중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리쿠가 학교에 입학하지 않자 일본 교육위원회가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면서다. 경찰에 붙잡힌 아버지 유키히로는 일본 언론에서 ‘악마’로 다뤄졌다. 조사 결과 그는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아이에게 음식을 챙겨주지 않았다. 아이의 시신은 7년 동안 집 안에 방치했다.
책은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가 유키히로를 면회하며 시작된다. 평범한 얼굴을 한 유키히로는 저자와의 첫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어요.”
책은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거나 유기해 죽게 만든 실제 사건 두 개를 추가로 다룬다. 2013, 2014년 두 차례 영아 유기 범죄를 저지른 다카노 이쓰미(37)는 친모에게 착취를 당하는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한집에 사는 가족은 이쓰미의 배가 불러 오고, 홀로 아이를 낳는 동안에도 그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저자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원인으로 한 개인을 지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이가 학대로 죽어가는 동안 주변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는 무얼 했는지를 묻는다. 또 아이를 학대한 가해자 역시 어린 시절 부모와 사회로부터 방치된 아이였음을 밝힌다.
‘학대와 방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비춘 것이다. 저자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학대 속에서 자라난 부모를 위한 지원 정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정을 ‘밀실’로 만든 사회의 무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리쿠는 경찰과 지역 아동상담소가 구할 수 있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 7일 리쿠는 부모를 찾으며 집 밖을 떠돌다가 경찰에 신고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세 살 아이가 집 밖을 혼자 돌아다니는 건 방임으로 여길 만한 정황이었지만 경찰과 지역 아동상담소는 리쿠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뒤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