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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까지 ‘버튜버’ 내세워 정책 홍보… ‘합방’ 인기 몰이도

입력 | 2023-12-16 01:40:00

[위클리 리포트] 이제는 ‘가상 아이돌’ 시대
유튜브에도 부는 ‘버추얼’ 바람
전북 익산 ‘서동’-서울 강서구 ‘새로미’… 젊은층 겨냥한 지역 버튜버 활동
‘슈퍼챗’ 수익에선 일본이 특히 강세… 국내서도 구독자 100만 버튜버 등장



전북 익산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서동’(왼쪽)이 고용 플랫폼 기업 ㈜사람인 버튜버 ‘라희’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면서 채용 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익산시 유튜브 채널 ‘서동’ 화면 캡처


“다들 ‘서동요’ 들어보셨죠? 제가 이걸 작곡했어요.”

전북 익산시의 공식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서동’이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익산시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시 정책과 시내 관광지, 맛집 등을 홍보하기 위해 올 3월 서동 버튜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제30대 왕 무왕을 친근한 이미지로 캐릭터화한 것이다.

서동이 등장하는 영상의 조회수는 1만 회 안팎에 달한다. 통상 지방자치단체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수백 회 안팎에 그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최근엔 고용 플랫폼 기업 버튜버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합방’도 했다. 앞서 서울 강서구도 올 2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버튜버 ‘새로미’를 선보였다.

버튜버가 등장하는 콘텐츠는 카메라나 동작감지센서 등 특수장비를 통해 캐릭터에 표정이나 행동을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버튜버 1세대 성공 사례는 2016년 등장한 일본 버튜버 ‘키즈나 아이’다. 키즈나 아이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300만 명에 달하고 동영상 조회수는 4억 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통계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 11월까지 집계된 누적 슈퍼챗(유튜브 실시간 후원금) 수익 상위 10명 중 7명이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였다. 이들은 연간 많게는 43억 원까지 수익을 올렸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버튜버만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는 지난해 2조8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버추얼 유튜버 시장이 2030년 17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버추얼 유튜버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영상에 캐릭터를 입히는 방식이다 보니 방송 도중 카메라 인식 오류로 버추얼 유튜버 대신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이 노출되는 사고도 발생한다. 2018년에는 일본에서 10대 소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방송하던 버튜버가 카메라 오류로 실제 인물인 중년 남성이 1초간 노출되기도 했다. 이 방송 사고 영상이 순식간에 퍼지며 해당 콘텐츠 채널 동영상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급감했다. 버튜버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카메라 대신 센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얼굴 노출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버튜버의 성공은 노출된 사생활이 일파만파 번지는 시대에서 자신을 숨기는 대신 아바타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연예 산업은 스타성 있는 연예인 중심에서 일반인 중심으로 이행되고 있다”며 “버튜버로 나서는 일반인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