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도입 등 돈줄 막혀 존재감 뚜렷… 출생아 많은 수도권에 집중
정부의 출산율 제고 및 결혼 장려 정책이 주택 부문에도 본격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저출산 정책추진방향’에서 주택 정책은 기존 방안을 연장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 하반기 나온 정책은 적용 대상을 세분화해 출산 가정의 주택 구입을 돕는 방안이 추가됐다. 우선 출산 가정만 신청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 특별 공급을 시행하고, 주택 구입 시 1%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모기지 상품을 설계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평균 4.5%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 출산 가구의 주택 매매시장 진입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 및 자산 기준(각각 1억3000만 원 이하, 5억600만 원 이하)이 완화된 점도 눈에 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2030세대 주택 구매자금 45.9% 대출
그중에서도 주택 가격 향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정책이 이른바 ‘신생아 특례대출’이다. 신한은행의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집을 산 2030세대의 90%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구입할 때 받은 대출금은 평균 1억6720만 원으로, 평균 주택 구매 가격(3억6446만 원)의 45.9%에 달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정책의 주된 대상이 되는 연령층이 주택을 구입할 때 절반 가까운 돈을 대출로 마련한다는 뜻이다.규모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작지만 다른 유동성 공급 조치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1~8월 8조3000억 원이 판매됐다. 2022년 이후 대출 규모를 축소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어 매매가를 반등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시가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이 풀린 후 해당 가격대 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해 1.7%에서 올해 1~8월 평균 4.3%로 증가했다. 올해 초 아파트 거래량 자체가 매우 적었지만 증가폭을 평가 절하할 수준은 아니다.
당분간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 전망이기에 신생아 특례대출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에 이어 지난해 DSR 규제가 도입됐고, 12월 중 기존 DSR 제도를 더 강화한 ‘스트레스 DSR’도 도입될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 도입 취지는 금리가 급격히 올라도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에 무리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당초 4.5%로 실행한 대출금리가 5.5%로 1%p 오르는 상황을 예상해 미리 대출을 적게 해주는 것이다.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가 지금처럼 연 4.5%라고 가정하면 6억6000만 원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 DSR이 도입될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5억9000만 원으로 7000만 원 줄어든다.
내년 시행될 예정인 신생아 특례대출은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세를 일정 수준에서 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DB]
저리 대출, 전세 가격에 상승 압력
저리의 전세자금대출은 전세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대출이자가 낮아지면 그만큼 월세가 저렴해지는 것으로 인식돼 전세가 상승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일부는 전세자금 지원에도 쓰일 전망이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상환하고 재실행하는 ‘사이클’이 존재한다. 이 사이클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 2년 전인 2022년 당시 전세자금대출 잔액 163조4000억 원 중 일부가 재실행 형태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 영향력은 아니어도 최근 전세가 상승 흐름을 더욱 키울 수 있다.10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안 분석자료’에 따르면 정책 모기지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이나 정부 예산의 비중은 적고, 이차보전을 약속한 은행 재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차보전 수준이나 규모는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은행의 순이자 마진을 보전해준다고 가정하면 신생아 특례대출에서 발생한 역마진을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만약 은행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정책모기지의 기대 마진율이 중개수수료 정도에 그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채 금리가 과거보다 높아 금융시스템에서 특정 주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정책 시행자와 은행, 수혜자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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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