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바티칸 실세’로 꼽히던 죠반니 안젤로 베추(75) 추기경이 부동산 비리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6일(현지 시간) 횡령, 직권남용,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2년 전 기소된 베추 추기경의 상당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총 3억5000만 유로(약 4947억 원)를 투자해 영국 런던의 한 고급 건물을 매입해 관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억 4000만 유로(약 1979억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매각했다. 베추 추기경은 이 투자를 주도했다. 애초에 가치가 높지 않았던 부동산을 무리하게 투자했으며 신자들의 성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사건은 교황청의 고질적 문제인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문제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안으로 꼽힌다. 베추 추기경은 그간 “한 푼의 성금도 훔친 적이 없다.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을 부유하게 한 적도 없기에 결백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판결 후에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