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산업2부
전세사기를 일삼은 ‘악성 임대인’ 등의 인적사항이 연말에 처음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공개될 악성임대인이 고작 5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전세사기를 일삼은 악성 임대인은 380여 명으로, 이들이 세입자에게 떼먹은 전세보증금은 총 2조803억 원에 이른다. 이는 올 1∼11월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 3조9657억 원의 절반을 넘는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방지책의 일환으로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대대적으로 내세웠지만, 이들 악성 임대인의 명단이 모두 공개되는 건 아니다. 주택도시기금법상 공개 요건을 충족하는 임대인은 10월을 기준으로 총 17명(악성임대인 5명 포함)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실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른 것이다. 그나마도 2개월 동안 소명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실제 공개되는 임대인 수는 이보다 적게 된다. HUG 측은 명단공개 대상자가 턱없이 적다는 점에 대해 주택도시기금법이 시행된 올 9월 말부터 발생한 전세사기부터 명단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안심전세앱 등과의 연계를 강화해 명단 공개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2월 출시한 안심전세앱의 임대인 정보 조회 건수는 1만 건에도 못 미친다. 세입자들이 실질적으로 계약 과정에서 악성 임대인 명단을 인지하고 미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악성 임대인은 아직도 빌린 돈을 갚지 않아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HUG의 자본금을 갉아먹으면서 세금을 축내고 있다. 전세사기에 관해 힘 없는 서민과 청년들이 피해 보는 상황이 더 이상 이어지면 안 된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