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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올 첫 하락… 거래량도 ‘뚝’

입력 | 2023-12-18 03:00:00

9개월 연속 상승하다 0.08%↓
강남 4구 포함 동남권 하락폭 커
매매수급지수도 28주 만에 최저
상승 주도하던 ‘2030 거래’ 급감




#1. 이달 9일 서울 강남구 세곡푸르지오(912채) 전용면적 74m²는 12억80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9월 25일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14억 원에 계약된 것에 비하면 1억2000만 원 떨어진 수준. 두 물건이 서로 마주 보는 동에 있고 층도 각각 4층, 3층으로 비슷한데도 2개월여 만에 8.6% 떨어졌다.

#2. 서울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m²는 이달 1일 18억3000만 원에 거래되며 직전 계약(9월 21일·20억 원) 대비 1억7000만 원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11월에 20억 원에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이 최근에 5000만 원 호가를 낮췄는데 매수 문의는 여전히 없다”며 “지난해 하반기 거래절벽 때처럼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매수세가 위축되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줄다리기로 거래가 급감하며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당분간 시장은 관망세 속에서 하락 거래가 간헐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8% 하락했다. 권역별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이 전월 대비 0.65% 하락해 가장 많이 내렸다. 서울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해 누적으로 22.07% 떨어졌지만 올해 1월부터 9개월째 상승해 총 13.42%가 올랐다가 10월에 올해 처음으로 하락세로 바뀌었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주간 시세 동향을 구하는 표본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 가격과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매수 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12월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8로, 11월부터 6주째 떨어지며 5월 이후 28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량도 주춤해졌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314건으로 올 2월(2454건) 이후 가장 적다. 11월 거래량도 1672건(17일 기준)에 그친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 상승세를 이끌었던 2030의 매수 비중도 떨어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아파트 매매 거래(3만5454건) 가운데 20대 이하와 30대 매입자의 거래는 각각 1586건, 8829건 등 총 1만415건으로 전체의 29.4%를 차지했다. 20대 이하와 30대 매입자의 거래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온 것은 올해 1월(29.9%) 이후 처음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직전 거래보다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동부센트레빌은 이달 6일 전용 108m²가 18억3000만 원에 거래되며 올해 10월(20억 원) 대비 1억7000만 원 하락했다. 노원구 상계주공 12차 전용 41m²는 이달 5일 3억2000만 원에 거래되며 두 달 새 1억 원(―23.8%)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일주일간 전화를 고작 두 통 받았는데 실제 매입 의사가 있다기보다는 가격을 떠보는 문의였다”며 “당분간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 속 하락 거래가 이어지되 내년 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집값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