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전거 집중수거 기간’ 운영 ‘우리동네 자전거포’ 15곳서 수리 올해 2575대 재생… 탄소감축 효과 취약계층에 일자리, 지역자활 도와
서울 구로구 자활센터 ‘신바람자전거’에서 근무자들이 폐자전거 부품을 재활용해 재생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두 달 동안 방치된 자전거를 집중 수거해 재활용한 후 우리 동네 자전거포 15곳에서 판매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자전거는 프레임이 깨끗하니 재활용할 수 있겠네.”
14일 서울 구로구 삶터지역자활센터 ‘신바람자전거’에서 만난 김정수 씨(64)는 겹겹이 쌓여 있는 자전거 100여 대 중 한 대를 꺼내며 말했다. 김 씨는 “상태가 양호한 자전거의 프레임, 베어링, 바퀴를 분리한 뒤 약품으로 닦아내면 새것처럼 깨끗해진다”며 “이후 브레이크가 너무 느슨하진 않은지, 바퀴에 문제는 없는지 등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집중 점검하면 일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 동네 자전거포에서 재탄생하는 자전거
서울시는 올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를 ‘방치 자전거 집중 수거기간’으로 선포하고 버려진 자전거들을 모으고 있다. 수거된 자전거들은 신바람자전거를 포함해 지정된 ‘우리동네 자전거포’ 15곳으로 보내져 재활용된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신바람자전거에선 3명이 쉴새 없이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전거 프레임과 페달 등을 분리해 약품에 잠시 담갔다가 헝겊과 솔을 이용해 구석구석 닦아냈다. 처음에는 새까맣던 부품도 여러 번의 솔질 등을 거치자 새 것처럼 광이 났다.
자활센터 관계자는 “자전거 한 대를 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일가량”이라며 “재탄생한 자전거는 새 자전거 가격의 절반 이하인 8만∼10만 원으로 팔린다”고 했다. 고급 기종은 20만 원 안팎에 팔리기도 한다. 판매는 온라인 매장인 ‘라이트브라더스’(wrightbrothers.kr)와 우리동네 자전거포 15곳에서 이뤄진다.
우리동네 자전거포는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자활센터 사업의 일환이다. 개인 사업을 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김 씨는 2년 전 자활센터를 통해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씨는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던 자전거들이 내 손을 거쳐 새로 태어나는 걸 볼 때 뿌듯하다”며 “프레임이 너무 녹슬어 못 쓰는 자전거의 경우 분해해 고철로 처리하면서 환경보호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전거 재활용 탄소감축 효과도
재생 자전거는 탄소 배출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버려진 자전거 2575대가 재생 자전거로 재탄생했다. 이는 탄소배출량 약 15만6128kg을 줄인 것으로 평가된다. 나무 약 900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비슷하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두 달 동안 대로변과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와 대학교 캠퍼스,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에 방치된 자전거를 집중 수거하고 있다. 방치된 자전거에 경고장을 붙이고 이후 2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거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동네 자전거포를 운영하지 않는 자치구의 경우 자전거를 수거해 인근 자치구 자전거포로 보내고 있다”며 “자전거포에서 구입한 재생 자전거에서 안전 문제가 생길 경우 재수리도 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