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시다] 당 총재 당선 위해 파벌 키워 자정 노력에도 비자금 스캔들 반복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60여 년에 걸쳐 사실상 1당 지위를 유지해 온 자민당 독주와 파벌정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자민당 총재가 곧 내각총리를 맡는 구조에서 당내 유력 정치인은 총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파벌을 활용해 왔고, 경쟁적으로 파벌을 키우기 위해 금권정치를 벌이는 악습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1988년 일본을 뒤흔든 ‘리크루트 사건’은 자민당 파벌 보스가 연루된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부패 스캔들이다.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리크루트가 자민당 실세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준 사실이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여파로 이듬해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이끌던 내각은 총사퇴하고 막후 실력자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자민당을 탈당했다. 1955년 창당 이래 1당 체제를 구축한 자민당이 1993년 총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야당으로 전락한 것도 이때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자민당 비자금 조성 사건이 ‘21세기판 리크루트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2년에는 정부의 각종 인허가가 필요한 택배업체 사가와규빈이 자민당 유력 파벌인 헤이세이연구회(현 모테기파) 소속으로 부총리를 지낸 실력자 가네마루 신 의원에게 5억 엔(약 46억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