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표준영정 작가 윤여환 교수 “유관순 기존 영정, 중년여성 떠올려 청순함-기개-결연함 담아 다시 그려”
윤여환 충남대 명예교수가 2년에 걸쳐 완성한 유관순 열사 국가표준영정의 영인본 앞에 섰다. 윤 교수는 “국가표준영정은 인물이 표방하는 정신과 느낌을 담는 작업이 쉽지 않다. 완성될 때까지 국가 기관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대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영정(影幀)에는 인물이 표방하는 정신이 담겨야 해요. 그래서 어렵지만 보람된 작업이지요.”
대전 자택에서 14일 만난 윤여환 충남대 회화과 명예교수(70)는 평생 역사적 인물들의 영정을 그려온 이유를 말했다. 유관순 논개 박팽년 등의 국가표준영정을 그린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표준영정 작가로, 최근 대전 중구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화업 49년을 마무리하는 회고전을 열었다.
―역사적 인물은 대부분 실제 모습을 모르지 않습니까.
―유관순 열사는 사진이 남아 있는데요.
“이화학당 재학 중 찍은 단체 사진과 감옥에 있을 때 사진이 있어요. 그런데 기존 영정은 수형 중 고문 등으로 부은 얼굴 사진을 토대로 그려 수심이 가득한 중년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요. 그래서 18세 소녀의 청순함과 나라를 지키려는 기개, 결연함을 담은 모습으로 다시 그렸습니다. 어떤 모습, 표정이 기개 있는 건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어렵지요.”
―유관순 열사가 든 태극기도 몇 번을 수정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중간 심의 과정 중인 그림이 언론에 공개됐어요. 그런데 ‘잘못된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거죠. 지금 쓰는 태극기와 다르다는 건데…. 현재 태극기 모양은 광복 후 정립된 거예요. 3·1운동 때는 정해진 규격도 없고 만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지요. 저는 당시 썼던 것 중 하나를 고증해 그렸거든요. 심의위원회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반반이었는데 ‘유관순 열사가 잘못된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말을 매번 듣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결국 지금 모양으로 바꿨지요.”
대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