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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음주운전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 원치 않으면 처벌 못해”

입력 | 2023-12-18 06:43:00


음주운전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합의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A 씨는 2021년 11월 의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혈중알코올농도 0.77%로 술에 취해 승용차를 운전하다 옆 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하고 피해 차량을 손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요추 염좌 등 약 2주간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차량 수리비 25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판결을 앞두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명시된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A 씨에게 적용된 4개 혐의(상해·차량손괴·음주운전·보험 미가입) 중 상대 차량을 손괴한 혐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공소 제기 이후라도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효력이 있다.

그러나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앞서 다른 음주운전 사건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사실도 참작했다.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것은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만 참작했다.

2심은 ‘원심이 두 음주운전 사건을 동시에 고려해 판결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징역 6개월형은 유지했다. 이때도 피고인과 피해자 간 작성된 합의서는 양형 사유로만 고려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 합의서가 1심판결 선고 전에 법원에 제출되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를 기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도록 항소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등 사정 변경이 없으면 파기환송심에서는 차량 손괴 외에 3개 혐의만을 갖고 다시 형량을 정하게 된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