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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쉰적없이 일만하던 내 아내”…5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 2023-12-18 10:49:00

뇌출혈로 의식불명 후 뇌사상태 빠져
유족 "삶의 끝에서 좋은 일하길 바래"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일 뇌사 상태였던 故 박세진(59)씨가 단국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 10월27일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고인이 다시 일어날 수 있길 기도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수술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평소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고인이 삶의 끝에서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신체 일부분이라도 누군가의 몸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천안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씨는 쾌활했고, 어려운 시절을 지내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의 배우자 김영도씨에 따르면 박씨는 한국전력에서 환경미화 근로자로 17년간 일 하면서 어디 한 번 놀러 가지도 못하고 일만 했고, 10년 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89세가 되도록 모시면서 힘들다는 말 한 번 없이 돌보는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김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다음에 더 좋은 세상에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어 달라. 사랑한다“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올 한 해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면서 “주신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