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회도 18일 성명 "응급질환 초기 완벽 진단 불가"
대법원이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재판을 받아온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자 의사단체들이 “과도한 판결”이라며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2014년 전공의 수련 시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회원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것은 회원 한 명이 아닌 회원 전체에 대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 현장에서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찾아내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불가능하다”면서 “응급질환들은 초기 증상은 다양한 질환에서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고, 그 특성상 증상과 징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완벽하게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누가 응급의료에 투신해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겠느냐”면서 “사법부는 응급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신이 되길 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국민의 안녕과 생명을 위해 응급의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최선의 진료에 따른 형사책임면책법안 등 응급의료의 예측 불가능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입법과 응급의료의 공공성을 고려한 정책 추진, 응급의료의 한계와 현대의학의 불완전성을 고려한 판결을 시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또 응급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빠른 시일 내 통과시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모호한 형태로 운영돼온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법적 위치를 명실상부한 국가 응급의료체계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중추 기관으로 확고하게 승격시키고 그 역할을 대폭 강화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응급의료의 최일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정과 연계를 위한 독립적인 컨트롤타워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곳이고 대동맥박리와 같이 진단하기 어려운 병을 100% 완벽하게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이번 판결로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환자가 나빠지면 무조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고, 상급병원 과밀화와 방어 진료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지 생명을 살리는 과를 선택했다고 단 하나의 실수도 인정할 수 없다면 우리 모두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과도한 법적 책임과 무리한 판결이 우리나라 필수의료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련과 임상 경험을 쌓고 있던 1년차 전공의 시절에 환경이 열악한 응급실에서 이뤄진 진단 오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의사가) 위험 진료 과목과 위험 환자를 기피하고 철저한 방어 진료를 하게 돼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