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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이라 샀는데” 알고 보니 거장의 작품…경매서 1억 4000만 원

입력 | 2023-12-18 17:06:00

사진출처=라이트 경매소 홈페이지.


미국의 한 중고품 매장에서 5000원 조금 넘게 주고 산 유리 화병이 이탈리아 거장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경매에서 10만 7000달러(한화 1억 3890만 원)에 팔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이트 경매소에 출품된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인 카를로 스카르파(1906~1978년)가 디자인한 유리 화병이 10만 7000달러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유럽의 민간 수집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병은 제시카 빈센트(43)라는 여성이 올 6월 미국 버지니아주 하노버 카운티에 있는 중고품 매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단돈 3.99달러(5180원)에 구매했다.

제시카는 평소 자주 찾던 중고품 매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어느 것도 그의 마음이 드는 것이 없었는데, 눈에 뜨이는 유리 화병을 발견했다. 그는 화병 바닥에 찍혀 있던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본고장인 무라노섬을 의미하는 ‘M’ 자를 보고 1000달러에서 2000달러(약 130만~26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리 화병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는데 제시카는 8.99달러(1만 2000원)보다 비싸면 사지 않으려고 했지만 가격이 3.99달러여서 구매했다.

그는 구매한 화병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고, 몇몇 회원은 이 화병이 카를로 스카르파의 작품처럼 생겼다며 라이트 경매소에 그를 연결해 줬다. 이 경매소의 리처드 라이트 소장은 제시카가 보낸 화병 사진을 보내자마자 “아주 좋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감정 결과,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스카르파가 1940년대에 디자인한 ‘페넬라테’ 시리즈 중 하나로 판정했다.

라이트 소장은 제시카가 보내온 유리 화병의 보전 상태가 정말 완벽했다면서 만약 조금의 흠이라도 있었으면 낙찰가가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도 못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제시카는 낙찰가인 10만 7000달러 가운데 경매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받은 금액이 8만 3500달러(약 1억 850만 원)라면서 이 돈을 올해 초 구매한 농가의 난방기와 담장을 수리하고 가전제품을 사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