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前 정보부장, 용산서 前 정보과장 등 "박성민, 감찰 언급하며 수차례 삭제 지시…죄질 불량" "김진호, 박성민 지시 따랐으나 용산서 경찰들 압박" 유족 측 "명백한 진상 은폐…제대로 된 판단·응징 호소"
검찰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이른바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보경찰 간부들에게 실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18일 오후 서울서부지볍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곽모 용산경찰서 경위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 보고서 3건 등 4건의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는다. 곽 경위는 이들의 지시를 받고 김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박 전 부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하며 “삭제 지시 과정에 명시적으로 수사 및 감찰을 대비할 것을 언급하며 수차례 하급자인 김 전 과장에게 삭제를 지시해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과장과 관련해서는 “박 전 부장의 지시로 범행한 것이긴 하지만 서울 용산경찰서 외사과를 총괄하며 정보관을 압박하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지시에 따라 정보 보고서를 삭제했을 뿐인 정보관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입건이 되지 않은 정보관도 입건하도록 말해 양형에 불리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곽 경위에 대해서는 “실제로 이태원 정보보고서 중 유의미한 자료를 삭제한 삭제자에 해당하긴 하나 박 전 부장과 김 전 부장의 순차적인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범행을 전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피고인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과장 측 변호인도 “삭제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 없고 대통령령에 따라 삭제해야 하는 문서를 삭제하라고 직원들에게 이야기한 것이며 그것마저도 박 전 부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며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보고서를 특정해 삭제를 지시한 적 없고 법에 따라 목적이 달성된 문서가 무엇인지는 직원이 판단해서 시행한다”고 해명했다.
또 “박 전 부장에 대한 유죄가 인정된다면 지위가 제일 중요한데 검사 측에서 구형함에 있어서 부하 직원에게 전가하는 다소 감정적인 구형을 했다”고 했다.
다만 곽 경위 측 변호인은 “유족들 앞에서 결코 정당할 수 없고 정당할 생각도 없다”면서도 “직속상관인 김 전 과장이 관련 규정을 근거로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삭제를 지시해 정상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인 임모씨는 이날 법정에서 “명백한 진상 은폐 행위”라며 “정의와 양심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제대로 판단하고 응징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