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권, 2년연속 부결-입지위축 작년엔 낙태허용 등 포함 우파 반대 올해는 낙태금지 등 담아 좌파 반발
남미 칠레에서 군인 출신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3∼1990년 집권) 시절 만들어진 헌법을 새 헌법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지난해에 이어 또 좌절됐다. 지난해 낙태 허용 등 진보 진영이 요구하는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보수파의 반발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두 번째 부결이다. 올해 개정안에는 낙태 금지, 의료 민영화, 감세 등 보수파가 선호할 조항이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진보 진영이 반발했다. 연이은 부결로 지난해 3월 집권한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사진)의 입지 또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칠레 선거관리국은 17일 새 헌법 제정에 관한 찬반 국민투표 결과 개표율 99.3% 기준 찬성 44.3%, 반대 55.8%로 집계돼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찬성 38.2%, 반대 61.97%로 부결됐다.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당시 우파 정권이 지하철 요금을 30페소(약 50원) 인상하려 하자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이를 계기로 피노체트 시절에 제정된 우익 성향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보리치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피노체트 헌법 타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025년 3월까지가 임기인 보리치 대통령은 올해 투표 전 “올해도 부결되면 더 이상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