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예배후 점심 먹으며 유대감” 교회 찾는 교포 줄며 점심문화 시들 젊은 세대, 옛 문화 그리워하기도
올해 1월 미국 뉴욕주 용커스 한인동산장로교회 식당에서 식당 봉사자들이 예배 후 함께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한인동산장로교회 홈페이지
미국 뉴욕주 용커스의 한 한인교회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예배 후 교인들이 교회 구내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다. 최근 점심에는 갈비찜, 돼지불고기, 미역국, 잡채, 완자전 등이 나왔다.
교인 겸 자원봉사자 김영희 씨(65)는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만드느라 힘들지만 동료와 함께라면 괜찮다”고 했다. 매주 400∼500명 정도가 함께 점심을 먹다 보니 교회 구내식당은 예배 공간보다 두 배 정도 더 넓다. NYT는 “식당은 40개가 넘는 원형 식탁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고교 구내식당 같다”고 전했다.
NYT는 15일(현지 시간) “교회 점심이 단순히 밥을 먹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한다”며 예배 후 점심을 같이 먹는 미국 한인교회의 독특한 풍습을 조명했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점심이 한국 이민자가 미 사회에 정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가 서툰 1세대 이민자가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인교회를 찾는 재미교포가 줄면서 이 같은 ‘점심 문화’도 시드는 분위기다.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42%가 기독교인이었지만 현재는 34%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2, 3세대는 교회가 아니어도 커뮤니티를 형성할 곳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케이블 방송 HBO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더 빅 브런치(The Big Brunch)’ 우승자이자 팝업 레스토랑 ‘영 마더(Young Mother)’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셰프 대니얼 하트하우즌(28)은 교회에서만 다른 한국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한국 문화와 연결돼 있다고 느낀 유일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소설 ‘인센디어리스(The Incendiaries)’로 NYT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힌 권오경 작가는 “교회가 아니라도 교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