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완화 공전]
시장-마트 다 놓친 대형마트 규제
대형마트 영업시간 외엔 배송 안돼, 인프라 낭비… 온라인에 고객 놓쳐
시장 상인 “마트 규제, 영향 없어”… 서초구, 서울 첫 평일에 의무휴업

지난달 12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약 2km 떨어진 이마트 칠성점이 일요일 대신 월요일로 의무휴업일이 바뀌어 정상 영업 중이었지만 이날 서문시장은 저렴한 먹거리를 즐기고 의류 등을 구경하러 온 인파로 오후 내내 붐볐다. 대구=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경기 평택시에서 4년째 자취 중인 직장인 이모 씨(35)는 일요일에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긴장의 끈을 부여잡는다. 의무휴업일인지 찾아보지 않고 급하게 갔다가 도착한 후에야 영업을 안 한다는 걸 확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그는 “전통시장도 가깝지만 주차가 힘들어서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온라인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를 골자로 한 대형마트 규제가 11년째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된 규제가 결국 전통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하고 대형마트 산업까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와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가운데 규제 도입 당시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확산된 만큼 규제의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마트가 쇼핑객이 주로 몰리는 휴일 두 차례 휴무를 하다 보니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을 받는 데다 온라인으로 대형마트에 물건을 주문하려고 해도 영업시간이 아닌 새벽이나 휴일에는 배송이 안 돼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 크다. 특히 서울 도심에선 쿠팡과 컬리 등의 새벽배송이 일반화됐지만, 이들 플랫폼의 물류창고가 없는 지방의 경우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할 수는 있지만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로 인프라가 있는데도 쓰지 못한다는 것. 대한상의가 지난해 내놓은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 불편이 커지자 대형마트 2회 의무휴업은 유지하되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전환할 예정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의 경우 반응이 긍정적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