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9개월 만의 정규 음반…장편영화 같은 서사와 벅참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 등 열 개 트랙 담아 헨(Hen)·권순관·전진희·임헌일 등과 작업 '숨을 쉰다'·'고래, 달빛아래 꿈' 등 자작곡도 실어 "'지금의 박지윤이 가진 소리'를 담는데 가장 신경 써" 내년 3월2일 LG아트센터 서울서 콘서트
긴 호흡으로 자신을 밝히어서 스스로 빛이 돼 본다(‘숨을 쉰다’). 이건 싱어송라이터 박지윤이 숨 쉬는 방식이다. 세상을 뒤흔든 아이돌이었던 그녀는 멀리멀리 사라지는 숨을 내뱉고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의 내”가 됐다.
정규 7집 ‘꽃, 다시 첫번째’(2009)로 진정한 이름을 되찾은 박지윤은 9집까지 자신만의 호흡으로 수작을 만들어냈다.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름다운 선율과 말들은 그간 그녀가 조용하게 켜켜이 쌓아온 침묵 위에서 꽃을 피워냈다.
덕분에 공백 기간에도 젊은 작가주의 뮤지션들의 뮤즈로 통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RM(김남준)의 첫 솔로 앨범 ‘인디고’에 마지막 트랙으로 실린 ‘넘버 투’(No.2)를 피처링하며 신화적 상상력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밴드 ‘새소년’ 프런트 퍼슨 황소윤의 솔로 프로젝트 ‘소!윤(So!YoON!)’의 두 번째 정규앨범 ‘에피소드1 : 러브(Episode1 : Love)’에 실린 ‘러브(LOVE)’(a secret visitor)에선 포용의 미학으로 비밀스럽고 영적이며 환상적인 사랑의 품을 떠올리게 했다. 싱어송라이터 겸 피아니스트 전진희의 정규 3집 ‘아무도 모르게’에 실린 ‘내게 사랑한다는 말 하지 말아요’ 피처링은 허상 같은 사랑이라도 믿게 만드는 빛나는 의지의 반짝거림을 보여줬다.
박지윤은 꿋꿋이 음악을 해왔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실망하는 날은 향후에도 절대 당도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10집 ‘숨을 쉰다’와 관련 박지윤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정규 음반은 무려 6년9개월 만입니다. 팬분들이 너무 반가워하고 음반에 대한 평도 너무 좋더라고요. 소회가 어떠신지요?
“정규 10집 앨범을 가지고 인사를 드리게 돼서 정말 기쁘고 설레입니다. 약 2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틈나는 대로 한 곡씩 만들면서 오래도록 발매 할 날을 기다렸어서 더 긴장도 되고 다른 때와는 다른 마음의 울렁임이 있었습니다. 발매 전날에는 소풍 가는 아이처럼 잠도 못 이뤘네요. ㅎㅎ”
-우선 작업하신 분들과 인터뷰로 음반 작업기를 풀어내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유튜브에 올리신 영상들의 내용은 현재 음악 산업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시게 된 과정을 들을 수 있을까요?
-지윤 씨는 좋은 인터뷰이인데 이번에 좋은 인터뷰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어요. 토크쇼 진행자를 하셔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을 뽑으실 때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이었고 이렇게 질문자가 돼 보니 어떠셨습니까?
“먼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는 인터뷰어로는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한데요. 인터뷰어가 된다는 일은 참 어렵지만 흥미롭다는 것을 제가 진행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B캐스트’ 때문에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만드는 한 사람이자 박지윤 10집 앨범을 함께 작업한 동료로서, 각자 자기가 발을 디디고 있는 영역에서 가진 여러 생각들과 함께 이번 앨범 곡 작업 과정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인터뷰어에게서 좋은 인터뷰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7집부터 제작을 하셨고 중간에 미스틱에 잠깐 몸 담기도 하셨지만, 최근 세 앨범은 지윤 씨의 음악적 역량이 빛나는 앨범들이었습니다. 이번 10집은 프로듀서도서 가장 신경 쓰신 지점은 무엇인가요? 열 곡이 실렸는데 10집이라 열 곡을 의도하신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의 박지윤이 가진 소리’를 담는데 가장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어느 키까지 고음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최대한 곡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색과 톤, 거기에 맞는 키를 정하기 위해 고민과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또 귀에 꽂히는 후크(Hook)를 강조하는 최근 음악 트렌드와는 달리 한곡 한곡 전체에 감정의 흐름을 클래시컬한 편곡으로 표현 하고자 했습니다. 또 10집이라서 열 곡을 정한 것은 아니고 더 많은 곡들이 있었지만 곡들을 고르고 조합해서 앨범 전체를 흐르는 서사를 재구성하고자 했는데 우연히 열 곡이 됐네요.”
“예전부터 스트링 사운드는 앨범을 만들 때나, 콘서트를 할 때 늘 관심과 애정이 많았었는데요, 이번에 ‘꽃잎’ 작업을 시작하면서 만난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큰 영감을 줬습니다. 이전에는 밴드사운드로 기본 편곡이 완성 된 상태에서 스트링 편곡을 부가적으로 했다면, 이번 앨범은 드럼이 많이 없고, 밴드사운드가 아닌 피아노와 현악 오케스트라가 메인 악기역할을 했다는 것이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김건 편곡자님과 인터뷰도 흥미로웠는데요. 김 편곡자님과 작업은 어떠셨고 그 분께서 해주신 오케스트라 작업 관련 말씀이나 작업 방식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나요?
“제가 그렇게 의식하지는 않았었는데 대중가요같은듯 인디음악인듯 경계에 있는 곡들이라는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아마도 너무 대중적이지만은 않은 느낌때문에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와 작업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김건 편곡자님과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편곡에서 빈 부분을 채워주거나 보컬 사운드를 받쳐주는 스트링 사운드 역할을 넘어 곡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0인조였으면 제작비도 꽤 들었을 거 같습니다. 손쉽게 미디 등으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시대에 이런 수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세상이 좋아져서 가상악기와 믹싱플러그인으로도 다양한 음역대와 다양한 공간감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연주와 노래는 사람의 혼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어긋나며 40개의 악기가 동시에 내는 소리, 그리고 녹음공간에서 여러 사람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소음들이 묻은 소리, 실제 공간에서 여러개의 마이크로 겹쳐서 동시에 담아낸 공간의 사운드가 가지는 따뜻한 힘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화상회의 툴로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와 작업했다고 하셨는데 이런 기술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새로웠을 것 같습니다.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어릴 때부터 성악을 공부하셨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도 배운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경험들이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추구하시는데 바탕이 됐나요?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시대는 지구반대편과 시간 맞춰 동시에 작업 가능하게 된 것이니 부지런하기만 하면, 예전보다는 확실히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기 쉬운 시대가 된 것을 실감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요, 어렸을 때 배운 성악이나, 바이올린 등의 악기가 저도 모르게 바탕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를 포함해 헨(Hen)씨랑 작업한 곡이 이번 음반의 절반인 다섯 곡(선공개곡 두 곡 포함)이 실렸는데, 모두 지윤 씨랑 분위기가 잘 맞았더라고요. 헨 씨랑은 어떤 부분이 그렇게 잘 맞습니까? 편안하게 농담하시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아요.
”그 어떤 다른 것 보다, 성실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권순관 씨 특유의 깨끗하면서 아련한 ‘사랑하게 해요’ 멜로디는 저도 지윤 씨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에 순관 씨랑 작업은 어땠나요?
”이번이 두번째 작업인데, 역시 너무 좋았고요. 두 번 모두 작곡가와 작사가로 만나 같이 작업하게 됐는데요. 사실 저는 다른 사람 곡에 가사를 붙이기를 어려워하는데 순관씨와는 서로 사전에 주고받은 이미지가 잘 맞아서 아주 편하고 자연스럽게 작업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앨범 전체 곡 중에서 밝은 이미지를 가진 곡이라서 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에 순관씨가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면서 상대방을 보고 곡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순관 씨가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보고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고마웠습니다.“
-‘꽃잎’을 작업한 전진희 씨랑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무엇보다 진희 씨를 연주자이자 작곡자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앨범에 실린 곡인데 노래가 아니더라도 진희 씨의 연주곡 같은 트랙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부분에서 그 애정이 정말 느껴졌습니다. 진희 씨의 어떤 점이 지윤 씨의 마음을 그렇게 움직였나요?
”진희씨는 소리에 대한 애정이나 열정, 늘 발전하고 싶어 고민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여요. 그 소리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진희씨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감각들에 저도 많이 공감하고요.“
-‘그래서 미안해’의 임헌일 씨와 작업도 인상적이었어요. 7집 ‘바래진 기억에’를 연상케 하는 곡이라고도 말씀하셨는데 이번 곡은 작업하면서 어떤 점이 의미가 있었나요?
”이번 앨범이 대부분 피아노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곡이라면, ‘그래서 미안해’는 어쩌면 전형적인 밴드사운드로 유일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타리스트가 만든 밴드사운드를 담고 싶어 헌일씨와 작업한 곡입니다.“
-자작곡이 첫 트랙(‘숨을 쉰다’)과 마지막 트랙(‘고래, 달빛아래 꿈’)을 장식합니다. 이유가 있었나요? 트랙리스트 배치도 예사롭지 않은데 어떤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의 웅장한 영화 같은 서사 호흡이 느껴졌어요.
”트랙리스트에 대한 저의 깊은 고민을 알아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트랙리스트는 사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앨범 전체의 흐름이 하나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으로 표현되게 하고 싶었어요. 첫번째 곡 ‘숨을 쉰다’는 이번 앨범을 만드는 마음을 알리는 곡이고, 마지막 트랙인 ‘고래, 달빛아래 꿈’은 이 앨범을 모두 듣고 난 뒤에 남는 희망적인 여운이기를 바랬습니다.“
-첫 트랙 ‘숨을 쉰다’는 코로나19를 포함해 지윤 씨의 지난 시간을 대변해주는 곡이라고 설명해주셨어요.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이를 낳고 24시간 밤낮없이 아이를 돌보면서 계속 음악을 하고 앨범을 더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었어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늘 똑같이 반복되고 늘 그 자리인 것 같아도 하루하루 살아내면 결국엔 작은 빛이 돼 다가오는 게 있다고 믿고, 늘 쉬는 숨이 대단하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음악을 대하고 싶습니다. 의식하지 않고 늘 하고 있지만 멈추면 살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윤 씨에게 ‘숨’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이번에 전체적으로 창법이 좀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절제돼 있고 담백해졌다고 할까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듯한 흔적이 엿보였는데, 어떤가요?
”제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이번 앨범에서 유난히 더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곡별로 키를 정하는 것부터 고민을 많이 한 결과 전반적으로 예전에 부르던 음역대보다 키가 낮은 곡들이 많아졌는데, 좀 더 섬세한 감정이 잘 전달되는 소리를 담으려고 한 결과입니다. 또, 늘 노래할 때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연습을 합니다. 그게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하고 더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고래, 달빛아래 꿈’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하셨는데요. 아이에게 이 곡을 들려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자장가 같은 곡이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전체곡 모두 의도하지 않게 많이 들려줬어요. ㅎㅎ 지금은 잘 모르지만 나중에 엄마가 자기를 위해 만들고 부른 곡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요. 자장가라는 뜻은 꼭 잠을 잘 때 들려주는 음악을 이야기 한 건 아니고요. 엄마 품처럼 편안함과 위로가 되는 곡 이라는 의미였어요. 살다가 힘들 때 이 곡을 듣고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어두운 밤에 큰 파도가 밀려와도 두려워 말고 가던 길을 묵직하게 헤엄쳐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그리고 말씀 해주신 꿈의 내용이 아름답던데요. 물론 꿈은 맥락 없이 꾸는 거기는 하지만 그 꿈의 징조 같은 게 있었나요? 아니면 정확히 꿈을 꾼 시기나 기억나는 날씨 같은 것도요.
”유난히 잊혀지지 않는 꿈이었어요. 밤 달빛아래 파도를 헤치고 고래가 묵묵히 헤엄치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꿈. 그런데 워낙에 제가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네요.“
-관련 내용을 동화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도 워낙 좋아하시니 그런 작업도 혹시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생각해봐야겠네요. ㅎㅎ 아이 때문에 요즘 다양한 동화책을 많이 보는데, 꼭 출판하지 않아도 아이를 위한 동화책을 한 권만 만들어 볼 수도 있겠네요.“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는 정말 웅장한 서사가 일품인 곡이었고 애절하면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뭉근한 희망이 배어 있어서 더 좋았어요. 이 곡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부르셨나요?
”가사에서 ‘사랑’을 그렇게 대하고 바라본다는 게 너무 신선하고 좋았고, 저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늘 여러가지 많은 영감을 주는 감정이에요. 이 곡에서는 이별을 겪어서 사랑 자체를 사랑할 수 없다고 외치지만, 사랑은 나의 빛이고 노래라는 역설. 그 단순하고도 깊은 감정을 노래로 전하고 싶었어요.“
-몽골에서 촬영한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 뮤직비디오가 너무 멋졌어요. 행위예술가 박승우 씨는 어떻게 섭외가 된 건가요? 무용수 분이나 감독님과 따로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요. 이 뮤직비디오가 곡의 어떤 매력을 어떻게 잘 살렸다고 보십니까?
”박승우 님은 뮤직비디오 팀이 추천해주신 분중에 여러모로 잘 맞을 것 같아 작업하게 됐고요. 감정을 표출하지만, 현란함보다 절제된 동작을, 난해함 보다 아름다움으로 표현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 드렸어요.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 곡 자체가 워낙에 서사적인 곡이기도 하지만, 음악은 소리뿐이고,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과 함께 사람 몸으로 감정이 표현되면 여러 감각이 더 증폭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기대만큼 잘 만들어진 것 같아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이번에 믹싱과 마스터링도 너무 좋게 느껴졌어요. 소리의 균형감 특히 공간감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톤스튜디오 최민성 엔지니어가 인터뷰도 하셨지만 최 엔지니어님과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많이 나눈 부분은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가까이서 제가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처럼 들렸으면 했고, 너무 장식적이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곡을 맞춰가면서 나중에는 전체 사운드에 대한 취향을 너무 잘 알고 표현해 주셔서, 뒤로 갈수록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 됐습니다.“
-또 최 엔지니어님과 정규 음반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신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집중을 넘어선 몰입 단계 거기서 새로운 게 나오고 그 시간이 좋다’는 최 엔지니어님 말씀이 좋았고 저도 동의하는데요. 지윤 씨에게 정규 음반이란 무엇이고 정규의 호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싱글은 기억에 남기는 히트곡을 만들기 쉬운 방식이라면, 정규앨범은 아티스트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 내면의 다양한 스타일과 느낌을 펼쳐서 순서대로 보여주니까요.“
-CD에 이어 LP로도 발매하신다고요. CD는 가사가 잘 보일 수 있게 시집처럼 내셨는데요. 또 이전 앨범도 LP로 연달아 선보이셔서 호응을 얻으셨는데요. LP는 지윤 씨랑 잘 어울리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지윤 씨가 생각하시는 LP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트리밍의 시대엔 음반을 들을 수 있는 권리보다는 소장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의미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도 계속 가지고 싶고, 사진도 프린트해서 가지고 싶고, 그래서 이번 앨범도 꼭 음악 CD라기보다는 가사집을 정성껏 만든 책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따뜻한 종이 질감으로 소장할 수 있게요. 커버는 흑백의 콘크리트 배경의 다소 차갑고 정적인 인물사진이지만 펼친 면은 숨, 꿈, 빛, 희망을 담은 부드럽고 밝은 컬러가 펼쳐져요. 그렇게 펼치면서 반전을 느끼고 만져볼 수 있는 건 스트리밍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CD나 LP에서만 가능하죠. 또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LP를 고민하고 만든 첫 앨범인 것 같아요. CD와는 다른 사이즈와 무게감에서 오는 LP의 매력은 정말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내년 상반기에 공연을 여신다고요? 어떤 형태의 공연을 생각하고 계신지 힌트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올 상반기부터 공연을 계속 고민했었습니다. 새로 오픈한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꼭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클래식 공연을 많이 하는 곳이라 대관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너무 기쁘게도 내년 3월2일에 공연 날짜를 잡게 됐어요. 이번 앨범과 잘 어울리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멋진 공간감에 대한 기대가 커서 여러 아이디어들을 동료들과 주고 받고 있는 중입니다.“
-가수로 데뷔한 지 27주년이 됐습니다. 지윤 씨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같이 활동을 시작했던 분들 중에서 이렇게 오래 노래하시는 분들은 많이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지윤 씨가 오래 노래하실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먼저 모든 건 하나님이 제게 주신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하고 있고요. 앞서 이야기한 ‘숨’처럼 음악을 함으로 인해 나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게는 음악이 가끔 실망하거나 주저앉고 싶어져도 살아가게 하는 그런 힘이 있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젊은 뮤지션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계시고, 이로 인해 젊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데요. 지윤 씨는 젊은 세대에게 어떤 영감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뭔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고 싶긴 한데, 제가 늘 하던 일을 반복하고 단순하게 살아서 그런 건지 그런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 자신에게 조금 더 축적된 만큼 조금 더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는 정도인 것 같아요.“
-다음 정규 음반은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겠죠? 내년 여러 활동 계획이 있을 텐데 짧게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지금까지 제게 쌓인 것, 좋아하는 소리와 느낌을 아낌없이 앨범에 담았으니 다음 정규앨범은 또 그 만큼이 더 쌓여야 될 것 같아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내년 겨울에는 해보고 싶은 몇 곡의 아이디어가 있어서 천천히 준비해보려고 하고요.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매년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 중입니다.
-요즘 가장 많이 들으신 곡은 무엇이고 혹시 추천해주실 곡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같은 곡을 많이 반복해서 듣는 편이고 여전히 연주 음악을 많이 듣는데요. 특히 글렌 굴드(Glenn Gould)의 바흐 피아노 연주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 시대에 녹음된 연주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주 섬세하고 또 소리가 따뜻해서 좋습니다. 또한 비킹구르 올랍슨(Vikingur olafsson)의 드뷔시(Debussy) 앨범과 아이슬란드 아티스트인 에이디스 에벤센(Eydis Evensen)도 요즘 자주 듣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