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할 차량에서 돈을 챙기지 않아 전 재산을 잃을 뻔한 주민이 경찰의 도움으로 돈을 찾았다며 보낸 감사 편지. 양구경찰서 제공
수년간 힘들게 모은 1600만 원을 폐차할 차량에 보관해 두고는 깜빡해 영영 찾지 못할 뻔한 70대가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되찾았다.
19일 강원 양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주민 A 씨는 “병원비 등 노후를 위해 모아둔 소중한 전 재산 1600만 원이 든 차량을 폐차장에 보내버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 씨는 앞서 양구의 한 공업사에 낡은 스타렉스 승합차의 폐차를 부탁했다. 며칠 뒤 A 씨는 차 안에 보관해 둔 현금다발을 챙기지 못한 사실을 깨달았다.
A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아내와 작은 한식 뷔페식당을 운영하며 어렵게 모은 병원비였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양구경찰서 생활안전계에서 분실물 업무를 담당하는 홍찬혁 순경(26)은 A 씨의 사연을 듣고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A 씨의 차량이 춘천의 한 폐차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 순경과 함께 춘천으로 향한 A 씨는 폐차를 맡긴 차량이 원래 상태 그대로인 것을 발견했다. 곧장 차량 앞좌석 시트 주머니를 확인하자 수건으로 감싸 놓았던 1600만 원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돈을 되찾은 A 씨는 안도의 눈물을 훔치며 홍 순경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양구경찰서장 앞으로 7장의 손 편지를 보내 “서장님께 큰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저를 살게 해 준 젊은 경찰관을 격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홍 순경은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하는 신뢰받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