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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30초 일찍 울린 수능 종료벨…“재수비용 2000만원씩 달라” 집단소송

입력 | 2023-12-19 15:24:00

법무법인 명진 대표 김우석 변호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2024학년도 수능 경동고 타종 사고 국가배상 청구를 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19. 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서울 성북구 경동고 시험장에서 종료 벨이 일찍 울려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교육당국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19일 수험생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명진은 수능 타종 사고로 피해를 본 수험생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경동고에서 치러진 1교시 국어영역 시험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렸다.

타종을 맡은 교사 A 씨가 시간을 착각해 마우스를 잘못 눌러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사용한다. 타종 방법은 자동과 수동이 있으며 수능 시험장 학교의 재량으로 고를 수 있다. 상당수 학교는 방송 시스템 오류 등을 우려해 수동을 선택한다.

명진 측은 타종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교육당국이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도, 타종 경위 설명도,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의 증언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A 씨가 타종 시간 확인용으로 교육부 지급 물품이 아닌 아이패드를 썼다고 주장했다. 명진 측은 A 씨가 중간에 꺼진 아이패드 화면을 다시 켜는 과정에서 시간을 잘못 보고 타종 실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측은 2교시 종료 후 다시 1교시 국어 시험지를 수험생에게 배부했다. 이후 수험생에게 1분 30초 동안 문제를 풀고 답을 기재할 시간을 줬다. 다만 답지 수정은 허락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타종 사고로 시험을 망친 것을 의식하면서 시험을 봐야 했기에 평소의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점심시간에 1분 30초의 시간을 줘서 추가로 국어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는데, 시험지 배포와 회수 등까지 포함해 약 25분이 소요됐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원래 50분인 점심시간 중 25분만 쉴 수 있어 다음 시험에도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명진 측에 따르면 일부 피해 학생들의 성적은 모의고사 때보다 낮게 나왔다. 한 학생은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73점을 받았지만, 수능에서는 48점을 받았다. 다른 학생은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1등급을 받았는데, 수능에서 3등급으로 추락했다.

명진 대표 김우석 변호사는 “3년 전에 타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는 타종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배포하지 않았다”며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피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1년 재수 비용은 배상해 줘야 한다”고 했다.

2021학년도 수능 당시에는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 4교시 탐구영역 제1선택과목 시험 도중 종료 벨이 약 3분 일찍 울렸다.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은 돌발 상황으로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었다며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1인당 8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4월 2심에서 국가가 1인당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