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기관 삽관 후 경과 관찰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뇌 손상을 일으킨 대학병원이 약 5억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지후)는 식물인간 상태인 A 씨(43)가 후견인을 통해 인천의 한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19년 4월 28일 오전 10시 58분경 설사 및 호흡곤란 증상으로 아버지와 함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A 씨가 빈호흡이 심해지고 점차 의식이 처지는 양상을 보이자 같은 날 오전 11시 31분경 마취 후 기관 삽관을 했다. 인공 관을 코나 입으로 집어넣어 기도를 여는 처치법이다.
곧바로 A 씨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으나 5분도 지나지 않아 심정지 상태가 됐다. 병원 응급구조사가 급히 흉부 압박을 했고, 의료진도 수액을 투여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
오전 11시 41분경 A 씨의 심장 박동이 살아났으나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그는 반혼수 상태에 빠졌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자각적 증상을 표현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후견인인 A 씨 아버지는 2020년 5월 변호인을 선임한 뒤 13억4892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위자료 7000만 원을 포함한 5억7351만 원을 지급하라고 학교법인 측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에게 기관 삽관 시술 과정에서 요구되는 경과 관찰 의무를 게을리해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이 과실과 A 씨의 저산소성 뇌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진은 기관 삽관을 결정한 후부터 심정지를 확인한 사이 A 씨의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기록하지 않았다”며 “A 씨의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인 점을 고려해 일반적인 환자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9년 4월 28일 이전에 A 씨에게 뇌 손상 등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나 심정지 발생 사례가 없는 점 등에 비춰 의료상 과실과 A 씨의 저산소성 뇌 손상 사이에 다른 원인이 게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진이 A 씨의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했다면 더 빨리 적절한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