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적들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오월 영령들이시여 편히 잠드소서. 사법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자유를 기필코 수호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추모탑에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민주화운동 1세대인 고 홍남순 변호사, 고 한승헌 변호사 묘역 등을 참배했다. 홍 변호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맞서 싸웠던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다. 한 변호사는 동백림 간첩단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굵직한 시국 사건을 변호하며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들이시여 편히 잠드소서, 사법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자유를 기필코 수호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2023.12.19/뉴스1 ⓒ News1
조 대법원장은 추모관을 둘러본 후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적들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 및 군사반란죄로 무기징역형을 확정한 1997년 4월 17일 사진을 보고 “당시 저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후 광주법원 별관 준공식에 참석해 “광주는 수많은 역사의 변곡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광주법원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 “재판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헤아려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법원 구성원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자신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재판 지연 해소’를 강조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