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세계5위’ 목표달성 쉽지않아 하림 투자 늘리고 정부 선제 지원을
하림그룹이 HMM 인수 후 글로벌 5위 해운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룡 해운사’들이 이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운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이에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기보단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의 현재 컨테이너선 선복량(적재 능력)은 78만3732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2.8%의 점유율로 세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스위스 MSC(555만3414TEU)와 덴마크 머스크(412만5256TEU)가 각각 19.7%, 14.6%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어 프랑스 CMA CGM(12.6%), 중국 코스코(10.8%), 독일 하파크로이트(7.0%), 일본 ONE(6.3%), 대만 에버그린(5.8%) 순이다.
하림그룹은 HMM의 컨테이너선 경쟁력을 세계 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HMM의 한 계단 위인 에버그린(7위)의 선복량(164만2979TEU)은 HMM의 2배 이상이다. 현 5위인 하파크로이트(196만5853TEU)는 2.5배가 넘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단 7위로 한 계단만 뛰어오르려 해도 기존보다 100만 TEU 가까이 늘려야 한다”며 “2만4000TEU급 선박 50척을 더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라고 했다.
현재 한국 수출입 화물의 99.7%는 선박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항만 등 한국 주요 산업이 해운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만큼 국가 핵심 기간 산업으로 꼽힌다. 그에 반해 한국 전체 해운 경쟁력은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부터 5위를 유지하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7위까지 떨어졌다. 팬데믹 시기 국내 물동량 회복으로 지난해 6위로 한 계단 오른 상태다.
HMM은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선사다. 결국 HMM의 경쟁력 확보가 국가 해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림의 인수가 확정될 경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의 선제적 지원에 대한 요구도 높다. 삼일PwC경영연구원 이은영 상무는 “이미 머스크 등 주요 글로벌 업체는 디지털·친환경화를 한국보다 훨씬 앞서서 추진 중”이라며 “한국도 정부, 선사, 조선사, 화주가 함께 상생 프로그램을 구축해 친환경·디지털 등 미래 먹거리에 공동 대응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