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끝> 성우이용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 100년가량 공덕동서 자리 지켜 외조부-부친 이어 3대째 운영 ‘감자전분’ 활용 등 기술 고수
1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성우이용원에서 이남열 대표가 한 손님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다. 1927년 공덕동에서 처음 문을 연 성우이용원은 96년간 한자리에서 3대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성우이용원이다. 이남열 대표(74)는 지금도 손님 머리를 자르기 전 머리에 붓으로 면도 거품을 정성스럽게 바른다. 다른 이발소에서 이발 전 머리 정리를 위해 분무기를 이용하는 것과 대비되는 이곳만의 풍경이다. 이발 중 감자전분을 머리에 바르기도 한다. 이 대표는 “거품을 바르면 머리카락을 잘라도 여기저기 튀지 않고, 감자전분은 미세한 머리카락까지 잘 보이게 해 주는 효과가 있어 이발할 때 총 3번 바른다”며 “나만이 지켜온 노하우”라고 했다.
서울시는 2013년 “3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이발소로 공덕동 일대의 시대적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로 보존 가치가 있다”며 성우이용원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 100년 가까이 자리 지킨 이발소
성우이용원은 1927년 이 대표의 외조부인 서재덕 씨가 문을 연 뒤 1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왔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성우이용원 직원이었는데, 기술이 좋아 외조부의 마음에 들었고 결국 사위까지 됐다고 한다. 이 대표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용원에서 일을 배웠다. 이 대표는 “3년 동안 면도칼과 가위 날 갈기 등 기본만 배우다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손님의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이발사가 천직으로 느껴졌던 건 아니다. 이발사 일이 싫어 선반공, 라디오기계공 등 다른 일도 시도했다. 30대에는 이용원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전국 팔도를 여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구들이 늘면서 가위를 다시 잡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1986년 마음을 잡은 후 종업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 일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먹고살려면 이발 말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 “가위와 면도칼, 더 알고 싶다”
이 대표에게는 회사원인 30대 아들이 있다. 아들이 4대째 가업을 이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아들이 최근 이용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회사에서) 사람 다루는 걸 좀 배워서 오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물려받는다고 하면 할 수 있도록 준비는 다 해놨다”며 웃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