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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간병비 건보 적용땐 최소 年15조 필요… 신중 접근을”

입력 | 2023-12-20 03:00:00

“現보험료율 유지땐 내년부터 적자
장기입원 등 고질문제 먼저 개선을”
尹대통령 “간병 지옥 대책마련”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2.19.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에서 “간병 부담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국민의 간병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드릴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관계 부처와 함께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950만 명에 달하는 등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간병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 등 정책 마련에 나섰다.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서 환자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정부 내부에서는 간병비 급여화가 시행되면 매년 최소 15조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연구원 추계 결과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때 매년 최소 15조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환자의 중증도를 5단계로 분류해서 가장 심한 1단계부터 3단계 환자까지의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했다고 가정한 결과다.

간병비는 현재 간병인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통합병동(통합병동) 환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루 간병비가 12만∼15만 원에 달해 월 수백만 원이 든다. 연간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47만5949명(2020년 기준)이다. 정치권까지 간병비 경감을 주요 의제로 삼은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최근 총선 공약 1호로 간병비 급여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재정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현행 보험료율(7.09%) 유지 시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28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간병비 급여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해서는 현재 요양병원 구조에 대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증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건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는데, 간병비 급여화 전면 도입은 자칫 이 같은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통합병동도 손보기로 했다. 의료기관들은 통합병동을 운영할 때 일반병동보다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더 많이 받는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중증 환자일수록 통합병동에서 받아주지 않는 등 당초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